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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Nov 19. 2021

일반유치원 접수 마감일입니다.(영어유치원 보내시나요?)

11월 19일 일반유치원 접수 마감일이다.


나는 이전 글에도 밝혔듯, 영어유치원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에 일반유치원에 지원하였다. 물론 일반유치원에 지원했다고 무조건 영어유치원을 배제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 100프로 마음에 드는 영어유치원을 찾지 못했고, 일반유치원을 지원할 충분한 동기가 생겼을 뿐.


나는 여전히 "좋은" 영어유치원을 찾고 있다.


나는 최근 약 한 달간 대부분의 4세의 아이를 둔 엄마가 그러하듯, 5세가 될 우리 아이를 어떤 어떤 기관에 보낼지를 두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했다.


영어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일반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그리고 좋은 영어유치원을 찾겠다는 일념 하에 수많은 영어유치원을 방문하여 상담했다. 물론 놀이식, 절충식으로 알려진 곳만 선별하여 방문했지만, 상담을 하고 나오는 길에는 의문만 남았다. "이게 놀이식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놀이식 영어유치원은 이런 게 아니었다. 아니 이럴 수가 없었다. 이 근방의(압구정 일대) 영어유치원은 놀이식이라 하더라도 졸업할 때, 미국초등학교 2학년 2학기를 끝내고 졸업한다 했다. 우리나라 7살 아이들이 미국초등학교 2학년 2학기를 끝내는데 놀이식일 수 있다고? 당연히 시간표는 하루에 2시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영어"자체를 배우는 수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지 않고는 그 진도를 끝낼 수 없기에.


그러다 문득 내가 단 한 번도 일반유치원에는 상담을 간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어유치원을 찾겠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던 탓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로 집 근처 엄마들 사이에서 평이 좋기로 유명한 일반유치원에 방문 상담을 다녀왔다. 그리고 나는 그날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일반유치원에는 각 반에 놀잇감이 가득했다.'


그랬다. 나는 잊고 있었다. 영어유치원만 돌아다니느라 유치원에 있어야 할 것들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약 5군데의 영어유치원에 방문했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반에 아이들의 놀잇감이 제대로 갖춰있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단지 큰 칠판과 tv, 줄지어 놓인 책상과 의자뿐이었다. 물론 놀이실이나 체육실이 따로 있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교실 안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그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5~7세 아이들이 놀잇감을 가지고 놀지 않으면 누가 갖고 논단 말인가? 


아이들은 자유로워 보였고 꽤나 즐거워 보였다. 놀이식으로 가르친다던 영어유치원을 돌아다니면서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내가 본 영어유치원의 아이들은 늘 책상에 앉아서 무엇인가를 쓰거나 읽고 있었다.(대부분의 시간이 그러하므로 내가 방문했을 때 역시 그런 시간이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데 약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아직은 아기 티를 벗지 못한, 앳된 목소리로 열심히 부르는 노래.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지금껏 어떤 영어유치원에서도 들은 적 없던 귀한 노랫소리였다.


언제부터 유치원에서 노랫소리가, 놀잇감이 사라진 것이 당연하게 되었을까. 너무 당연해서 눈치조차 채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일반유치원에 원서를 접수했다. 물론 영어유치원도 계속해서 찾아보고 있다. 아마 일반유치원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나 또한 우리 아이의 영어를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그런데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영어유치원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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