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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듯이 내리는 비
by
돌강아지
Dec 21. 2021
세찬 비가 내리면 비가 걸어 다니듯이 내린다.
도미노처럼 비가 옆으로 쓰러진다
.
오른쪽 귀에서 왼쪽 귀로 빗소리가 옮겨
간다
.
학교
다닐
때 교실 창밖으로 운동장을 걸어 다니던 비.
오늘은 비가 집
앞 논을
걸어간다.
여전히
비 오는 날은 많은 생각에 잠긴다.
무수히 많은 바깥 것들
중 내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다니.
나중에 죽을
때는 땅에
비
내리듯
죽고 싶다.
향도 색도 없이 어디든 스며들어
해
뜨면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풀들을 자라게 하는.
그날만큼은 풀들을 위해 내리는 비가 되어야겠다
.
밟히는 질경이를 위해, 강아지풀을 위해, 명아주를
위해, 구박받는 환삼덩굴을 위해...
잘 닫히지 않는 화장실 문이 바람에 쿵쿵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
가족들이
깰까 봐 닫고 왔다.
얼른 닫는다고 닫았는데 늘
한 발씩 느려서 아마 조금은 깼을 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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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시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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