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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하늘타리 달개비

by 돌강아지

내가 좋아하는 달개비가 피고 있다.

닭의장풀보다는 달개비라는 이름이 좋다.

달개비가 좋아서 작년에 길에서 어린 달개비 서너 줄기를 캐서 화단에 심었었다.

씨가 많이 떨어져서 달개비가 올해는 엄청 많이 번졌다.

역시 자연은 정말 몇 배로 돌려주는 것 같다.

작년의 열 배정도 많아진 듯하다.


나는 좋은데 가족들은

화단의 달개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화단에 풀을 안 뽑은 것처럼 보인다고.

풀 아닌데 달개비인데.

안 그래도 구박받는데 줄기 아래쪽 잎이 누레져서

더 구박을 받고 있다.


'옥수수빵 파랑'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림 그리는 분이었던 것 같은데

자기는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했다.

파란색도 무수히 많은 파란색이 있는데 그중에서

'옥수수빵 파랑'이라는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도 생각했다.

나는 '달개비의 파랑'


비파나무를 알게 된지는 얼마 안 됐다.

처음에는 나뭇잎이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열매도 달린다는 걸 알게 됐다.

나뭇잎과 꼭 어울리는 열매라고 생각했다.

더 나중에는 나무의 이름까지 알게 됐다.

'비파'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없었다.


열대지방의 나무 같기도 한데

골목을 지나면 종종 담장 밖으로 비파나무를 볼 수 있다.

시장에서 비파 열매를 팔길래 무슨 맛일까 궁금했다.

먹어 보지는 않았다.

살구랑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살구 맛일까?

언젠가 남의 집 담장밖에 열매가 떨어져 있길래

언니랑 주워 먹어 볼까 했는데 멀쩡한 것이 없어서

먹어봤다.


읽어본 적 없는 에쿠니 가오리의

<장미 비파 레몬>이 생각난다.

내게는 이래저래 이국적이고 신비한 나무다.


하늘타리

실밥이 풀린 듯 나풀나풀 거리는 흰 꽃이 피고

장난감 수박 같은 열매가 달리는 하늘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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