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좋아하는 것.
"무슨 과일 좋아해?"
"참외"
"무슨 아이스크림 좋아해?"
"음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맛 아이스크림"
키는 나랑 비슷하고 발은 나보다 많이 작고
비눗방울을 좋아하는 내 친구.
어릴 때 입이 궁금할 때,
언니랑 한 번씩 몰래 퍼먹던 프리마
고소하고 부드럽고 입 안에서 살살 녹던 프리마.
언젠가 시력이 안 맞아서 안경을 바꾸러 갔다.
내 시력을 보더니 안경점 언니가 눈이 이런데
안경도 안 바꾸고 있었냐고
이러다 나중에 안경 써도 안 보인다고 뭐라고 했다.
말하자면 사정이 길었지만 그냥 얼굴만 빨개졌다.
안 좋은 거 아는데 안 좋다고 하니까 우울하고
또 막 뭐라고 하니까 기분이 별로였다.
새 안경이 맞춰지는 동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고 흰 개 한 마리가 들어왔다.
안경점에서 키우는 개였다.
전에 왔을 때도 몇 번 봤는데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사람에게 애교를 피우지도 않고 시큰둥하고 시크했다.
그래서 늘 속으로 '주인 닮았어, 정이 안 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특유의 무심하고 시크한
얼굴로 걸어오더니 내 발 옆에 몸을 갖다 댔다.
좀 놀랐다.
뭔가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개를 쓰다듬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북실북실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촉감도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그때 개에게 정말 고마웠다.
위로는 말도 필요 없고 누구인지도 필요 없구나.
그때, 그 장소에, 옆에 있어주는 무언가.
그거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람보다 말 없는 동물이 더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난 너무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려서
개가 나를 위로한 게 아닐 수도 있지만
그때 위로가 되었던 건 분명하다.
그동안 그 개가 시큰둥하고 무심하게 보였던 건
나이가 많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오해해서 미안하다.
안경점의 언니도.
그림 제목을 안경점 개라고 적었다가
위로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