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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의 불빛들

by 돌강아지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운동장의 불빛들에 방 안이 환하다.

운동장의 커다란 불빛들을 볼 때마다

도시 같다는 착각이 들거나

외계인의 착륙 같은 게 생각난다.


요즘 공설운동장의 축구장에서 무관중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다. 낮에는 더워서 밤에 경기를 하는데 항상 열 시쯤이면 끝나는 것 같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선수들끼리 파이팅하는

소리가 들린다. 작년 여름에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우리 집까지도 크게 들려서 신나 보였는데 올해는 사람들의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작년에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월드컵 중계방송을

틀어 놓은 것 같아서 뭔가 같이 들뜨기도 했었다.

멀리서 보고 들으면서 공상에 빠지는 것도 좋았다.

환한 불빛과 함성 소리를 들으면 묘한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의 에너지에 같이 활력이 돌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딘가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소리 지르면서 무언가를 신나게 즐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전에 살던 집은 바로 옆에 농협 공판장이 있어서

매일 경매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집에서는 계절마다 축구 경기소리를 듣거나

운동장에서 열리는 지역축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들도 집에 대한 기억으로 남을 거다.


비가 그치니까 이제 여름인 게 실감 난다.

엄청 후덥지근하다.

어쩐지 낮보다 밤이 더 더운 것 같다.

끈적끈적하고 눅눅하고 땀이 난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함성이 없는 게 아쉽기는 하다.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졌겠지?

저렇게 밤에 경기하고 나면 잠은 잘 올까?

다들 몇 시에 잘까?

운동장의 마지막 불은 누가 끌까?

전기세는 얼마나 나올까?


열한 시. 운동장의 불들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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