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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의 불빛들
by
돌강아지
Dec 21. 2021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운동장의 불빛들에
방 안이 환하다
.
운동장의 커다란 불빛들을
볼 때마다
도시 같다는 착각이 들거나
외계인의 착륙 같은
게 생각난다
.
요즘 공설운동장의 축구장에서 무관중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다
.
낮에는 더워서 밤에 경기를 하는데
항상 열 시쯤이면 끝나는 것 같다
.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선수들끼리 파이팅하는
소리가 들린다
.
작년 여름에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우리 집까지도 크게 들려서 신나 보였는데
올해는 사람들의 소리는 들을 수 없다
.
작년에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월드컵 중계방송을
틀어
놓은 것 같아서 뭔가 같이 들뜨기도 했었다.
멀리서 보고 들으면서 공상에 빠지는 것도 좋았다
.
환한 불빛과 함성 소리를 들으면 묘한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의 에너지에 같이 활력이 돌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딘가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
그렇게 소리 지르면서 무언가를 신나게 즐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
전에 살던 집은 바로 옆에 농협 공판장이 있어서
매일 경매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집에서는 계절마다 축구 경기소리를 듣거나
운동장에서 열리는 지역축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소리들도 집에 대한 기억으로 남을
거다
.
비가 그치니까 이제
여름인 게 실감 난다.
엄청 후덥지근하다
.
어쩐지 낮보다 밤이 더
더운 것 같다.
끈적끈적하고 눅눅하고 땀이 난다
.
아무래도 사람들의 함성이 없는 게 아쉽기는 하다.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졌겠지?
저렇게 밤에 경기하고 나면 잠은 잘 올까?
다들 몇 시에 잘까?
운동장의 마지막 불은 누가 끌까?
전기세는 얼마나 나올까?
열한 시
. 운동장의 불들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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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경기
축구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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