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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아저씨가 보내준 무지개

by 돌강아지

집 옆 밭 아주머니께 노각을 또 얻어먹었다.

대문 안에 놓고 가셨는데 이번에는 네 개나 주셨다.

올여름 벌써 세 번이나 노각을 얻어먹었다.

이로써 올해 아주머니께 받은 노각은 모두 열 개.


확실히 아주머니가 주신 노각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밭에서 바로 따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아주머니가 좋으신 분이라 작물들도 잘 자라는 것 같다.

노각무침을 해서 오독오독 맛있게 먹었다.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데 마주칠 기회가 없다가

어제 아주머니를 만나서 인사를 했다.

맛있었다고 하니까 웃으시면서

양념을 맛있게 하니까 그렇지라고 하셨다.


저번에는 운동하면서 가끔 인사를 나누던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 집에 오셨었다.


원래 오시는 분은 다른 분인데 휴가를 가셨는지

그 아저씨가 왔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와 정면으로 마주쳤는데 인사를 또 안 했다.

얼굴을 다 가리고 있어서 그 아저씨인 줄 몰랐다.

나중에야 그 아저씨인 줄 알았다.


원래 오시던 분이라도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분은 별로 마주친 적이 없어서

내가 인사해도 누군지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바쁜데 밖에서까지 인사하는 게 성가시거나

운전하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과

어, 어 하는 사이에 그냥 지나쳐 버렸다.

난 내가 인사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까 인사를 잘 안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시력이 나빠서.

할까 말까 생각하다가.



집에 왔더니 언니가

우리가 아는 우체부 아저씨가 오셨었다며

우체부 아저씨한테 시장에서 사 온 포도를

한 송이 드렸다고 했다.

그리고 아저씨가 쌍무지개 뜬 거 봤냐고 해서

언니가 못 봤다고 하니까 블로그에 올리라면서

쌍무지개 사진을 문자로 보내줬다고 했다.

포도 답례로 무지개를 주셨다.


이 쌍무지개 그림은 우체부 아저씨가 보내준 거

보고 그린 거다.

아저씨는 블로그를 언니가 하는 줄 알겠지만

블로그는 내가 한다.


위에 뜬 무지개는 아주 연하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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