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강아지 Dec 22. 2021

좋아했던 오빠 이야기 2

저녁에 학교 근로가 끝나면

몇 명은 자취방으로 또 다른 몇 명은 기숙사로,

누군가는 자기 집으로 각자 헤어졌다.


한 번은 저녁 근로를 마치고 다들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데 내가 좋아하던 오빠가 손을 흔들어달라고 했었다.


"깡지! 손 흔들어줘"


항상 "안녕히 가세요" 하며 목인사를 했는데

그날은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해서 잠시 고장 났었다.


늘 존댓말 쓰고 목인사 하다가 갑자기 손을 흔들려고 하니까 어색하고 다른 사람들도 있어서 뭔가 민망했다.


우물쭈물하다가 손을 흔들긴 흔들었는데

갑자기 너무 건방진 것 같아서

팔꿈치에 손을 대고 흔들었다.


당황하고 어색했지만 나는 그날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오빠가 손 인사해달라고 해서.


하지만 손인사는 그날 하루뿐이었고 계속 목인사를 했다.

별다른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손인사를 한번 해달라고 한 뿐.


어쩌다 한 번씩 오빠에게 문자가 와서 기분 좋아하면

같이 근로하던 모든 사람에게 보낸 문자라는 걸 뒤늦게 알곤 했다.


오빠는 문자 쓸 때 느낌표!!! 를 많이 쓰고

진짜로 웃을 때는 뭔가 핫핫핫? 하고 웃었다.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드니까 좋아했던 사람을

고마웠던 사람이라고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전화받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