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받기

by 돌강아지

대학교 때, 같이 근로하던 사람들과 엠티를 갔었다.

술자리 게임을 했는데 벌칙 종이를 집은 사람이

벌칙을 하거나 아니면 술을 마시는 거였다.


그때 불행히도 내가 벌칙에 걸리게 되었는데

벌칙은 전화받기였다.


바로...

발로 전화받기...!


얄궂게도 그 벌칙은 내가 짝사랑하던 오빠가 정한 거였다.

왜 그런 벌칙을 생각해냈나 모르겠다.

벌칙에 걸렸을 때 여러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내가 말수도 적고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했는데

벌칙에서도 빼면 사람들이 내숭 떤다고 생각하거나

평소처럼 재미없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리고 술도 먹기 싫어서 짧은 고민 끝에

전화를 받기로 했다!


내가 벌칙을 하겠다고 하니까

그 벌칙을 정했던 내가 좋아하던 오빠가 미안했던지

자기는 차마 못 보겠다며 밖에서 담배 한 대를 피고 오겠다고 했다. 아마도 남자가 걸릴 줄 알았나 보다.


오빠가 나의 전화받는 모습을 보지 못한

불행 중 엄청난 다행이었다.

좋아하는 오빠만 안 봤으면 됐지...


한 번씩 그때가 생각나면 너무 부끄럽고

도대체 왜 그랬을까 너무 후회된다.

내숭 떤다고 생각해도 재미없다고 생각해도 안 할 걸.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 자신을 무슨 일이 있어도 뜯어말릴 텐데...


도대체 그때 왜 그랬을까.

그런 전화는 집에서도 안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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