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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강아지 Dec 22. 2021

아침부터 밤까지 밤이라면

아침부터 밤까지 밤만 있는 날이 있다면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기를

하루 종일, 밤부터 밤까지 쓸 거고

벽지에 비친 나뭇잎 그림자를 계속 계속 쳐다볼 거고 

누워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계속 기억할 거다.


아무래도 밤은 너무 모자란 것 같다.

더 많았으면.



며칠 전 밤에는 자다가 깼는데 밖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시간을 보니까 열두 시 반이었다.

우리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 같았는데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면 가사까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다 깨서 안경까지 쓰고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는데 딱히 특별하게 보이는 건 없었다.

한밤중에 노랫소리가 들리니까 요즘 밤마다 우는 풀벌레 소리처럼 느껴졌다.


부엉이처럼 창밖을 계속 보고 있었더니 열두 시 반쯤에 서북쪽으로 비행기가 지나간다는 걸 알게 됐다.


가사를 들어보니까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검색해봤더니 노래 제목도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옛날 노래인데 그 시대만의 운치가 있다.

제대로 들어보니까 좋은 것 같다.

한밤중 창밖으로 들렸던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아주 오래 고민한 끝에 드디어 정전식 터치펜을 샀다.

그동안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었는데 손가락도 아프고 이러다가 지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 터치펜을 찾아보았다.

후기에는 항상 좋다는 말도 있고 안 좋다는 말도 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써보자 해서

 원이 좀 안 되는 돈을 주고 터치펜을 샀다.

오 생각보다 훨씬 좋다!

하긴 무엇이든 손가락보다는 좋을 것 같다.


단점은 짧은 직선을 그을 때 직선이 우산 손잡이처럼

조금 휘어진다는 거?

그것 빼고는 다 좋다.

터치펜을 사고 그림 그리는 게 더 편하고 좋아졌다.

태블릿은 화면이 너무 커서 부담스럽고

지금 쓰는 내 폰에 이렇게 그림 그리는 게 좋다.


요즘 축구대회가 열려서 저녁마다 운동장에 불이 환하게 켜진다. 나는 운동장에 불이 켜지는 게 좋다.


깜깜했던 방 안이 환해져서 좋고

사람들의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고

운동장 불빛이 마당의 나뭇잎 그림자를 만들어서 좋다.


현관문 쪽에는 모과나무 그림자가,

우리 방 벽지에는 구골나무 그림자가 그려진다.

예쁘다는 말보다는 아름답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대회가 끝나면 운동장 불도 켜지지 않는데

사람들의 활력도 나뭇잎 그림자도 느낄 수 없어서 허전하다.

그럴 때면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운동장 사람들은 알 까나. 불을 켤때마나 어느 집 벽지에 예쁜 나뭇잎 그림자가 생긴다는 .


비가 오는데도 운동장에 불이 켜져 있다.

조만간 꺼지겠지?

우와 풀벌레 소리가 호루라기 소리처럼 크다.

비가 와서 그런가 엄청 우렁차다.

뭔가... 교통경찰이 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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