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웃집 개를 '굴뚝청소부'라고 부른다.
개 이름이 굴뚝청소부라니...
얼굴이 까매서 굴뚝 청소를 하고 나온 것 같다고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그렇게 부르는 엄마도 웃기지만 또 개 얼굴을 보면
이름이 어울리는 것 같아서 웃기다.
언니와 나는 굴뚝이, 뚝이로 줄여서 부른다.
굴뚝이는 아주머니네 집에 온 지 일 년 정도 된 것 같다.
처음에는 겁이 무척 많아서 사람이 지나가면
자기 집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그런데 엄마가 자꾸 인사하고 먹을 것을 몇 번 줬더니
점점 마음을 열고 겁을 덜 냈다.
역시 친해지는 데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먹을게 최고인 것 같다. 처음에 이 동네 이사 왔을 때도 이웃 아주머니가
가지를 따서 주시면서 처음 말을 나눈 기억이 난다.
굴뚝이는 먹는 걸 좋아한다.
먹는 걸 무척 좋아한다.
먹는 거 좋아하고 겁 많고 얼굴도 시커멓고.
여러모로 나랑 비슷한 것 같다.
사람 오면 집으로 들어가는 것도 비슷하다.
이제 굴뚝청소부는 겁이 많이 없어졌다.
굴뚝이 주려고 처음으로 마트에서 강아지 간식을 사봤다.
강아지용 고구마 말랭이가 있었다.
건강한 간식을 주고 싶어서 그걸로 골랐다.
골목 지나갈 때 어쩌다 한 번 두세 개씩 준다.
그러면 게 눈 감추듯 먹는다.
엄마는 매일 출퇴근하면서 굴뚝이에게 인사를 한다.
"야 굴뚝청소부야 안녕! 아줌마 간다! "
엄마를 제일 좋아한다.
언젠가 멀리서 엄마가 굴뚝청소부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가끔 집이 아닌 곳에서 내 가족을 멀리서 관찰할 때
새로운 마음이 든다.
내 가족에게 저런 면이 있구나,
내 가족이 길가다가 저런 행동을 하네,
저렇게 아이 같은 면이 있었네 하고.
굴뚝이는 엄마랑 우리가 지나가면 꼬리를 흔들고 좋아하는데 그건 먹을 것 때문인 것 같다.
먹을 거 주나 싶어서.
잘못된 사랑인 듯...
그래도 굴뚝이랑 친해져서 좋고 굴뚝이가 너무 귀엽다.
굴뚝이를 볼 때마다 내 친구 한 명이 생각난다.
내 친구랑 얼굴이 닮은 것 같다.
나는 굴뚝이가 너무 귀엽지만 친구는 안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며 가며 몇몇 사람들도 굴뚝이를 예뻐하는 것 같다.
아직도 겁이 많지만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자기 집 안에서 그 사람이 없어질 때쯤 컹 하고 짖는다.
이제 짖기도 하니까 많이 좋아졌다.
굴뚝이는 만져주려고 손을 올리면 무서워했다.
손을 턱 밑으로 내미는 건 무서워하지 않았다.
손을 내밀면 뭐 맛있는 거 주는 줄 알고 손을 핥았다.
원래 겁이 많은 개를 만질 때는 손을 올려서 머리를 만지는 게 아니라 손을 내미는 거라고 한다.
추운 이른 아침에 굴뚝이에게 손을 내민 적이 있는데
굴뚝이가 또 손을 핥았다.
시린 손에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굴뚝이가 콧등을 만지는 걸 허락해줬다.
아직 머리 만지는 건 무서워하는 것 같다.
오늘 덕구네 아주머니가 김장했다고 김장 김치를 한 봉지 주셨다. 덕구는 개 이름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 어른들은 다 개를 키우는구나.
매해 이렇게 김치를 나눠 주신다.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3년째니까 벌써 세 번째 얻어먹는 김치다. 정말 감사하다.
저녁 먹기 전에 준다고 시간까지 생각해서 갖다 주셨다.
아주머니네 김치는 생새우를 갈아 넣은 것 같다.
맛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