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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렛 이터 Jan 22. 2021

[프랑스-국립생태공원] 한 걸음에 셔터 한 번


스페인 친구의 초대를 받아 산 속의 별장에서 며칠을 보낸 적이 있다. 

별장의 주인인 친구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멋진 자연을 보여주고 싶다며, 며칠 전부터 산행을 계획했다.

여행 중이라 편한 옷이 많았지만 '산행'에 적합한 옷이 없었고 짧은 청바지를 입고 가기엔 스페인 친구들의 'free하고 natural'한 분위기에서 튀어보일까 부담스러웠다. 결국 잠옷으로 쓰던 검정색 편한 반바지를 입고 나섰다. 


스페인 국경 인근에 위치한 별장을 떠나 우리는 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프랑스에 도착했고

다시 프랑스 안의 조그만 스페인 마을, 말 그대로 프랑스 땅 안에 있지만 한 마을만 스페인인 곳,을 통과하기 위해 다시 국경을 지나쳐 또 다시 프랑스로 넘어왔다.

 아저씨는 육로로 국경을 넘어본 일이 없던 한국인 지현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이 스페인 마을의 역사를 소개하며 운전대를 돌려댔다.  

우리 방금 국경 넘었던 거야.

앞 좌석에 타고 있던 스페인 친구도 신나서 거들었다.


우리는 마을 구석구석 스페인 흔적을 찾으려 창문에 코를 박고 밖을 내다보았지만 20여분만에 우리는 마을을 횡단해 다시 프랑스로 들어왔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Regional+Park+of+the+Catalan+Pyrenees/@42.559621,2.2906491,17z/data=!3m1!4b1!4m5!3m4!1s0x12a561d9e9319d99:0x9fa1bb93a70074f9!8m2!3d42.559621!4d2.2928378


산에는 호수가 많다고 했다.

수영복을 가져왔으면 수영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입고 올 옷을 고민하느라 수영복 챙기는 것을  잊고 있었다.


괜찮아, 그동안 별장에서 수영 많이 했으니까! 돌아가서 또 수영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지만 

호수는 미친듯이 아름다워 옷을 벗어던져 당장 뛰어들고 싶었다.

서너 개의 호수들을 지나 등산한지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우리는 한 호수 앞에 앉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바게트에 올리브오일과 토마토 즙을 바르고 살라미를 대충얹은 샌드위치를 먹었다. 




친구 두 명은 호수 한 가운데의 작은 섬까지 수영해서 가기로 했다. 나도 몸이라도 담가볼까 하고 발을 담갔는데

엄청 차가워서 바로 포기해버렸다.

수영도 잘 못하는데, 이 차가운 물에서 시도했다간 중간에 물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내려오는 버스가 있는 정상의 댐이었다.

어느덧 산은 평지로 가득했고 초록의 풀밭에 말들과 소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한가하게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진정한 자유의 자연에 놓여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멋대로 뿔을 내보이고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생명체들.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내가 '감히' 이 땅을 밟아도 되는 것인가.

라는 조심스러움과 동시에

'다시는 이 순수 자연을 쉽게 경험하지 못하리라'는 마음에, 한 걸음 뗄 때마다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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