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콜렛 이터 Dec 31. 2021

수동 필름 카메라를 들고 베를린 여행 1

수동 필름 카메라를 들고 여행하기

베를린에서 롤필름을 사다가 사진을 찍어왔다. 완전 수동이라 배터리도 필요 없는 무거운 필름 카메라를 어딜 가든  들고 다녔다. 덕분에 가죽으로  카메라 케이스의 끈이 나의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졌다. 가죽제품을 웬만하면 소비하지 않으려고 하기에  것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베를린에서의 삶이 그러했듯 나는 대충 끈을 카메라 밑에 넣어 고정시켜 들고 다녔다.



처음 중고 필름 카메라를 장만하고는 신이 나서  찍고 다녔다.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른  포커스 링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연신 찍어댔다. 중고 카메라 안에는 필름이 들어있었는데 아마 내가 여닫느라 상태는 좋지 못할 거다. 나중에 이것도 현상을 맡겨 봐야지.



필름 카메라를 장만하고 나서 며칠 뒤에야 필름을 샀다. 베를린에서는 어디에서 롤필름을 구할 수 있는지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베를린에서 머물던 초기,  거리도 잘도 걸어 다녔었는데 문득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사진관에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필름 카메라에  롤필름이 있냐고 물었는데 친절한 사진관 아저씨는 본인은 필름 안 판다고 하지만 뒤로 돌아가서 골목으로 돌아가서 직진하다 보면 사진 가게가 있는데, 아마 거기서 필름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혹여나 내가 다른 골목으로 들어갈까 봐 손가락으로 길의 각도까지 정확히 알려주며 45도로 꺾어서 들어가는 골목이라며 몇 번을 강조하셨다.




친절한 아저씨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서였을까. 열심히 처음 가보는 골목을 걷는데 베를린 같지 않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보던 양식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설렜다. 2017 혼자 열심히 돌아다녔던  거리들이 눈앞에 펼쳐진듯했다. 그때도 여행 초기라 모든 것이 마냥 설레고 신기했고 모든 것을 사랑할  있는 상태였다.



여기가 사진관 맞나? 하고  들어가려는데, 유리창 안에서 한 분이 사진관? 옆으로 가야 해. 라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쫓아가 보니 콘크리트 벽이 그대로 드러난 공간이 나왔다.


여기가 그 친절한 아저씨가 말한 곳인가? 했는데, 한쪽 벽이 색색의 필름 상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맞는구나, 여기!


안도감과 드디어 필름을 사는구나! 카메라를 개시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설렘에 취해있었다.


딱 봐도 힙한 남자가 필름 별로 세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내가 필름 카메라를 처음 사용해서 비싼 필름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저렴한 것은 말고 등등 조율해가다 보니 서너 가지의 선택지가 남았다.


필름 별로 다른 느낌을 보고 싶은 마음에 하나씩 구입했다. 필름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일단 두 개만 사기로 하고 현상비는 어떻게 되는지, 이 스튜디오는 어떤 작업을 하는지 등등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방해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스튜디오를 둘러보다가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작가의 이전글 방어기제 극복하기 - 회피와 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