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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금한 민지 Jan 01. 2023

신세진다는 마음 대신 ‘이참에’ 만난다고

우리는 어디선가, 반드시 또 만날 거니까

어떤 출판이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텀블벅을 통한 후원은 특히 주변인들의 성원과 입김이 과반을 차지합니다. 텀블벅 측에서도 창작자 가이드에 ‘지인을 통한 초기 부스트’를 매뉴얼처럼 넣어두었으니까요. 그리고 22년 하반기의 과업을 생각하면서 맺은 인연들은 아니었지만, 근 2년간 행보가 나름 출판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덕분에 텀블벅 프로젝트에 관심 있을 법한 인물이 주변에 꽤 많았죠. 그럼에도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일전에 <독립출판 후원은 결혼식 축의금만큼 들어온다>는 적나라한 후기를 보았습니다. 사실 정말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릴 땐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는다>라는 문구를 마음에 새긴 지 좀 됐기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힘든 건 아니었지만, ‘별로 오고 싶지도 않은 결혼식에 청첩장을 받는 기분’을 줄까 봐 염려스러웠습니다.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게 제 입장에선 1순위이지만, 연락을 받은 상대에게 그런 기분을 주고 싶지야 않았죠.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이 일이 아니어도 1:1로 다시 만나고 싶은가?’가 유일한 질문이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카톡하는 찐친부터 계절별로 만나는 전 직장 동료들, 일 년에 한두 번 연락하지만 급 만남도 어색하지 않은 지인들, 한 시절을 공유했지만 지금은 멀리서 서로의 행보를 응원하는 지인, 단 몇 번 만났지만 좋은 인상을 주었던 이들까지 이 기준을 적용하니 명확해졌습니다.
 
 마케팅 입장에서 조언해준 동료,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홍보방안을 귀띔해준 선배,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변에 입소문을 내준 지인, 책방과의 협업까지 얘기해준 미팅으로 만난 인연, 후원 마감일에 저보다 먼저 100% 달성을 확인해준 지인, SNS 하나 하지 않지만 댓글을 남겨준 친구, 야한 이야기 좋아하는 친구에게 다 소개하겠다며 격려해준 지인까지 각양각색의 격려를 받았습니다. 각자 다른 응원의 방식에 각기 다른 감동이 밀려오는 시간이었죠.

 




용기의 가치도 깨달았습니다. 개인적 인연에 연락하는 일이 신세와 고마움의 줄타기를 하는 일이라면, 저한테 한없이 높은 이들에게 연락하는 일은 거절에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영역이었는데요. 이 분야에서 최고인 일러스트레이터 님께 감히 메일을 보내고, ero_ship 인스타그램 계정 개설 당시부터 훔쳐본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님께 연락을 취했습니다. 불어나는 거절에의 걱정을 잘라내고 메일과 DM을 드렸고, 따뜻한 회답을 받았습니다. 제게는 올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되었죠.
 
 사후적 얘기처럼 들릴 수는 있을 겁니다. 좋은 결과가 돌아왔으니 용기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고요. 물론 용기가 긍정적 회신을 보장하진 못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두려워 웅크리고 있는 것보단 응답 받을 확률이 만배 이상입니다. 독립출판이라는 도전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내적 성장은 ‘신세 지는 일에 대한 관점 전환과 용기의 가치’였습니다. 덧붙이자면, 단골 바에 가서도 홍보 카드를 돌렸어요. 이젠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 라고 자칭하며 웃는답니다.




프로젝트 끝나고 정신을 차리기까지 텀블벅 종료  4주나 걸렸는데요. 몇몇은 만나서, 몇몇은 메시지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다행히(?) 겸사겸사 새해까지 돌아오니 인사하기 좋은 시기였죠. 여전히 충분히 인사하지 못한 분들께도  자리를 빌려 다시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독립출판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 3번째 시리즈는 ‘실무자이자 관리자라는 전쟁입니다. 다음 주에 돌아올게요! 구체적인 고난의 목소리를 들으실  있을 겁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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