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담당자의 태도와 편집자의 고민에서 결정된다
텀블벅 종료 이후 4주 만에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후기를 남깁니다. 먼저 ‘독립출판’이라는 큰 관점에서 얻은 교훈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브런치의 많은 분들이 자신의 글을 쓰는 사람이고, 그중 또 일부는 자신의 책을 펴내려는 사람이기에 유효한 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첫 순서로, 인쇄소 상담을 다니며 얻은 깨달음입니다.
책은 장수대로 가격이 산정되지 않아요, 한 판에 기본적으로 인쇄되는 쪽수가 있기 때문에 (16쪽) 일정 단위까지는 단가가 같아요, 컬러를 입히는 방식과 원래 공장에서 나오는 색지 사이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예민한 분이라면 알 수 있어요. 코팅 안 된 안쪽 면을 보면 알죠. 똑같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Y업체
수입지를 써도 괜찮죠. 그런데 횡이냐 종이냐 둘 중 하나만 나올 수 있어요. 이 경우에 결이 안 맞으면, (날개 등을) 접었을 때 종이가 튈 수 있어요. 갈라진다는 뜻이야. 채도가 중요하다고? 스노우나 아트지처럼 매끈한 종이 쓰면 다운되진 않아. 근데 표지 디자인이 밋밋해서 뭔가 더해봐도 좋겠어. 이것봐, 먹박만 넣어도 다르잖아. 샘플 좀 볼래요?
-S업체
인쇄가 번지지 않으려면 코팅을 해야 해요. 그런데 작가님이 원하는 질감은 코팅하면 (차이가) 비슷해져요. 면지는 한 장만 넣으실 거예요? 면지는 책 훼손을 방지하는 역할도 있어서 기왕이면 두 장 추천합니다. 음… 꼭 원하는 종이로 인쇄하고 싶으시다면 합지를 하는 방법도 있어요. 비용이요? 합지 비용은 크지 않아요. 순전히 종이값이죠.
-F업체
인쇄소 사장님, 혹은 제작 담당자 님의 상담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위에 적지 않은 업체도 있습니다. 큰 회사라, 200~400부 작업을 의뢰하려는 저 같은 손님은 아무래도 소홀함이 느껴졌죠. 그다지 돈이 되는 건이 아니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가벼운 통화 하나에서도 상대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었어요.
가령 반복적으로 누적된 경험치는 ‘원래’라는 말을 만드는데요. ‘면지를 두 장 넣으라’는 주문이 그랬습니다. 왜냐고 여쭈니 ‘그냥 그렇게 넣으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반면 또 다른 업체는 ‘책의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으니 두 장을 추천한다’고 하셨어요. 혼자 출판을 진행하려는 입장이라면 이런 작은 예시만으로 향후 세부적 질문과 의견 조율이 원활할지 가늠할 수 있어요.
인쇄소 상담은 제게 야금야금 반차를 쓰게 한 원흉(!)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깨달음이 많았습니다. 표지의 색상과 질감에 대해 고민이 많았기에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최선의 방책을 찾고 싶었기에 상담을 다녔는데요. 뒤로 갈수록 제 질문도 조금 더 뾰족해지는 걸 느꼈어요. 인터넷의 정보만 보고 진행했다면 아쉬움이 많았을 겁니다.
낯선 업체와의 미팅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결정적 요인도 체감했죠. (1)내가 원하는 바를 구현해 줄 수 있는가 (2)투명하고 담백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가. 위에 적은 세 곳은 2가 모두 가능한 곳이었답니다. 결과적으로는 1 때문에 마지막 업체와 함께 했지만요. 두 가지 모두 부합한다면, 2에 따라 업체를 선정하게 되라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답니다.
편집자는 책 제작에 있어서 자기만의 우선순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타협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제작 담당자 님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인쇄 담당자는 상대가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최선의 방안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것은 일부 우연적 요소도 있습니다. 타이밍이 안 맞아서 상담일자를 못 잡거나 그날 누구라도 컨디션이 안 좋다면 상담의 질이 떨어질 테니까요.
세상일은 나 혼자 잘나서도, 상대만 잘나서도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독립출판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
2번째로는 <신세진다는 마음 대신 ‘이참에 만날 사람들>라는 글로 돌아올게요. 주말에 돌아올 테니 곧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