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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금한 민지 Sep 18. 2024

[커리어 미아 시리즈] 3. 돈이 동기가 아니었던 사람

‘돈이라도’라는 말에 숨은 뜻

‘돈이라도 많이 주든가’에 숨은 뜻


‘돈이라도 많이 주든가’란 말을 해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이만큼 흔한 표현이 없고, 언제부턴가 나도 곧잘 올리는 표현이다. 문제는 특정한 말을 자주 하다 보면, 실제 생각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해당 표현에는 다소 모호한 보어가 있다. ‘~이라도’다. ‘돈이라도’에서는 ‘돈’이 아닌 ‘~이라도’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이 부분을 간과한다.


‘나 자신에게 든든한 집이 되어준다.’ 2024년 다이어리 첫 면에 적은 문구다. 올해의 OKR(Objectives Key Result)은 1번은 자산 목표, 2번은 금융소득과 이를 실천하게끔 하는 금융지식이었다. 나 자신에게 경제적이고 심리적인 안녕감을 스스로에게서 찾길 바란 까닭이었다. 목적과 목표 설정에는 이상이 없다. 놓친 점은 나 자신의 내적동기였다. 명확한 목표가 곧 내적동기로 작용할 거라 여긴 것이 착각이었다. 하다못해 난 ‘퇴직금이 눈앞인데 조금만 참자’가 안 되는 사람이었다. 지금 쓰는 이 글이 그 증명이다.





나를 움직이는 엔진, 이를 뒷받침하는 강점


돈은 내적동기가 아니었다. 노동소득이든 금융소득이든 마찬가지다. 돈’이라도’라는 말의 배경에는 내적동기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돈이 최소한의 쿠션장치로 작용해야 한다는 함의가 숨어있다. 누군가는 내적동기가 돈 비슷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를 움직이는 엔진은 돈이 아니었다. 일에 대한 애정과 애정에 기반한 고민 과정에서 얻어지는 성취감이 내 엔진이었다. 3월 초부터 엔진의 힘은 약해지고 있었고, 5월 말 사건(1회차 ‘퇴사의 트리거에 대하여 편’을 참고)으로 완전히 흔들리고 말았다.


2024년 두 번째 목표인 금융소득과 금융지식 습득은 딱히 이뤄진 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너지진 않았다. 적어도 경제 관련 글쓰기만큼은 어찌저찌 해냈다. 편수는 적어도 4회나 연재한 <자본주의 무지렁이 시리즈>가 이를 말해준다. 습득한 지식을 나만을 언어로 표현하는 글쓰기가 내 장기인 ‘탐구심’과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정작 투자 성과는 우주항공주에 넣었다가 반토막이 났지만. (분기별 영업이익과 매출을 꼭 확인하세요.)




돈, 보상 혹은 고통을 완화하는 위로금


요악하자면, 돈은 보상(reward)일진 몰라도 동기(motivation)가 될 순 없었다. 돈은 보상 측면에서 배수진으로 작용할 순 있었다. ‘돈이라도’라는 표현이 기인하는 대목이다. 이 말을 잘 뜯어보면 직무가 적성에 맞든, 좋아하는 분야이든, 함께 하는 동료들이 좋든, 돈을 열외한 어떤 하나가 맘에 든다면 직장생활을, 노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해를 살까 봐 덧붙이자면, ‘이라도’의 대상은 여전히 중요하다. 배수진이 어떻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번 경험에 비추어 상황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열악해졌을 때 돈이 ‘위로금’ 성격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물론 이는 보상 차원의 리워드보다는 소극적 개념이지만, 어떻든간 ‘돈이라도’의 돈은 고통을 완화해 주는 쿠션 역할을 한다. 평소 돈에 대해 쓰는 어휘를 잘 들여다봐야만, 돈에 대한 자신의 진짜 태도를 알 수 있다.




나라는 비즈니스에도 인사관리가 필요해


이번 편은 앞선 두 편에 비해 짧다. 길게 떠들 만큼 새로 고찰할 여지가 없었기에. 돈이 자신을 움직이는 동력이 아님은 옛날부터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잘 알고 있다고 매번 숙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4년 OKR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나의 내적동기를 확인하고 불을 지피는 데 소홀했던 게 가장 큰 실책이다. 나는 나라는 인력을 다루는 데 있어서 인사관리 능력이 부족했다. 늦어도 2024년 초 1on1 나 자신과의 미팅을 통해 ‘어떤 걸 할 때 신나? 요즘 목마르진 않아? 어떤 걸 할 때 네 심장이 뛰고, 장기가 발휘되는 것 같아?’라고 물었어야 했다.


결론. 돈이 아닌 자신의 진짜 동기를 확인하고, 동기가 마르지 않도록 계속 기름을 붓고, 일할 맛 나게 하는 리워드로서, 혹은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라면 최소한의 마지노선으로서의 금전을 제공하는 것. 사람마다 동기와 보상, 배수진에 들어갈 항목은 다를 테다. 하지만 유구한 인류 역사와 돈이 생겨난 시점을 고려할 때 돈이 동기인 사람은 드물 거라고 확신한다.


돈은 내게 등산이라는 긴 여정에서 잠시나마 앉은뱅이 자세로 숨 고르기를 도와주는 생수와 초콜릿이었다. 하지만 물과 당을 준다고, 다시 산을 타게 되진 않는다. 산을 오르게 하는 데에는 개인마다 각기 다른 동력이 자리할 것이다. 이 글이 나처럼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알면서도 종종 까먹는 사람, 월급을 받으면서 이상하게 공허한 맘을 감출 수 없는 사람, 혹은 여전히 자신의 내적동기를 찾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제는 안다. 무언가를 탐색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얻는 자극이 내 모티프임을. 애정어린 관심으로 들여다 볼 분야와 그러한 활동이 가능한 직무, 탐색과 빌드업이 가능한 조직에서 일해야겠다는 것을. 설령 이 같은 조건이 꽤나 타협하기 힘들다면, 후방에는 목을 축일 수 있는 낭낭한 연봉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마지막, 4편에서 계속>



돈이 내적동기가 될 수 없었던 사람 : Lesson Run 3.
 -돈은 나를 움직이는 내적동기가 아니었다. 돈은 보상이나 배수진이 될 순 있어도, 나 자신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될 순 없다
 -나라는 비즈니스를 잘 움직이려면, 나 자신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내적동기를 확인하고, 상기하고, 불이 꺼지지 않게 지펴주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제목 이미지 | Jp Valery @unsplash

마지막 이미지 | Jake Hills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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