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하게 음악 좀 켜주세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토요일 아침 10시 수영장. 쇼핑센터는 한가할 시간이지만, 수영장에는 꽤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템포에 몸을 맡긴 채 물속을 유영한다. 헬스클럽이면 런닝을 뛰면서 음악이라도 듣겠지만, 수영장은 선생님이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기합소리만 우렁차다.
자유형을 하면서 노래 한 곡을 머릿속에 소환한다. Olivea Newton의 'Physical'. 배경음악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스스로 좀 멋있어진 느낌이다. 최근 트랙리스트에 이 곡과 ‘Easy Lover’를 추가했다. 익숙하지만 제목은 몰랐던 두 곡의 매력을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을 통해 느꼈거든.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못난 중년 남성들이 수중발레를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서사보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리듬감이다. 오프닝은 '동그라미는 네모에 넣을 수 없다'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시니컬하게 전한다. 동시에 ASMR을 연상시키는 찰진 사운드가 화면과 절묘하게 매치되면서 경쾌함을 획득한다.
특히 에너지틱한 음악과 리듬감 있는 편집이 두드러지는 씬이 있다. 국제대회를 위해 일터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들 바깥으로 Olivea Newton의 ‘Physical’이 흐른다. 손님 하나 없는 가구점에서 베르트랑이 빨간 유니폼을 입고 교통경찰처럼 팔을 휘젓는다. 공사현장에서 안전모를 쓴 채 로랑이 점프한다. 그의 뒤로 펼쳐지는 용접 불꽃이 그의 외로운 춤에 힘을 보탠다. 앞치마를 입고 급식소에서 춤을 추는 시몽도 보인다.
대회날. 이들은 출전곡으로 Phillip Bailey & Phil Collins의 'Easy Lover'를 선곡한다. 청록빛 수영장을 배경으로 숨죽인 관객들의 얼굴이 지나가고, 검은 가운을 입은 주인공들이 디멘터처럼 등장한다. 전주가 시작되면 이들은 입고 있던 검은 가운을 거칠게 벗어던진다. 곧 음악은 다이빙하는 이들의 1인칭 시점으로 먹먹하게 처리된다. 그리고 첫 공중제비를 돌 때 노래의 첫 소절인 ‘easy lover’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클라이맥스 직전 노래는 소거된다. 대신 캐릭터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느리고 감동적인 음악이 자리를 대체한다. 화면은 피날레 동작을 위해 서로의 팔을 잡는 모습으로 채워진다. 관객들은 고요히 밀려오는 벅참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과감한 무대 조명은 이 시퀀스의 숨은 공신이다. 빨간 조명 직후 따라오는 녹색 조명, 짙은 울트라마린 색 물 위로 보이는 오렌지색 피부는 보색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두 장면을 포함해 엔딩 직전에도 흥겨운 음악이 나와 옆에 앉은 이름도 모르는 남자분과 박자에 맞춰 발을 까딱였다. 역시 음악은 말이 필요 없어. 올여름, 워터파크든 바닷가로 떠난다면 멋지게 물로 뛰어들어보자. BGM으로 Easy lover를 상상하면서!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