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두 번째 문장으로 온다, 영화 <더 차일드>

결핍을 드러내는 말, 사랑

by 궁금한 민지

"상처 줄 마음은 없었어... 사랑해. 나 배고파."

소매치기로 살아가는 주인공 브루노는 여자친구 소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판다. 이후 아이를 되찾아오지만, 소냐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된다. 아이를 거래했던 일당에게 위협 받고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이른다. 몰염치를 넘어선 파렴치한 행동이지만, 그는 다시 소냐를 찾아간다.

그가 세상에서 떠올릴 수 있는 행선지는 그녀뿐이다. 브루노는 소냐의 집 문을 두드리며 말한다. 제발 날 버리지 말라고. 상처 줄 마음은 없었다고, 사랑한다고. 문 저편에서는 대답이 없다. 그는 울음 섞인 목소리를 이어간다. "배고파. 오늘 하루종일 못 먹었어. 돈 좀 밑으로 밀어줘." 영화 <더 차일드>에서 가장 아팠던 대사였다.



사랑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벅찬 삶

브루노는 물건을 훔치고, 소냐는 연금을 받아 근근이 살아간다. 언제 어떻게 쓸려갈지 모르는 길 위의 삶이다. 둘은 출생신고를 하러 구청에 간다. 소냐는 그나마 본능처럼 아이에게 애착을 갖지만, 브루노는 아무 느낌이 없다.

브루노에겐 오늘 밖에 없다. 운이 좋아 수익이 좋은 날엔 내키는 대로 가죽 점퍼와 모자를 산다. 그에게 '내일'은 미지의 것이다. 부모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기에 그가 서 있는 땅은 너무 물렁하다. 브루노는 소냐를 아끼지만, 소중함을 다루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사랑은 일종의 허기다

사랑은 각자 다른 이름으로 찾아온다. 사랑이 뭔지 물으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랑의 형태는 사람 머릿수만큼 다양하다. 단칼에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날마다 사랑을 말한다.

"사랑해, 항상 곁에 있어 줘", "사랑해, 내일도 힘내자", "사랑해, 우리 결혼하자". 기쁠 때나 슬플 때 곁에 있어주고, 오늘도 힘든 하루를 견디고, 따뜻한 저녁을 차려준 연인에게 우리는 사랑을 말하고, 이런저런 말을 덧붙인다. 그렇게 덧붙인 말에는 혼자 남겨질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내일도 씩씩하게 보내길 바라는 암시가, 행복한 미래를 향한 그림이 담겨 있다.

브루노에게 사랑은 일종의 허기다. 아이에게 어머니의 젖은 허기를 채우는 밥줄이자 사랑이다. 그에게 사랑해, 라는 말 다음에 배고프다는 고백은 자연스럽다. 그처럼 우리도 상대방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사랑 뒤에 전하고 있진 않을까.




사랑 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사랑은 설명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가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랑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와 욕망을 섞은 무엇에 가깝다. 우리는 갓 지은 밥에 뜨거운 국을 먹고 싶고, 누군가와 체온을 나누고 싶고, 따뜻한 보금자리에 살을 묻고 잠들고 싶다. 사랑은 이런 욕구들을 고상하게 포장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최근 나는 일자리를 전전하는 연인에게 말했다. "널 정말 아끼고 사랑해, 앞으로도 계속 곁에 있을 수 있게 해줘." 문장에는 그의 일상이 안정되길, 덩달아 내 불안도 덜어달라는 부탁이 실려있었다. 오늘 당신은 "사랑해"라는 말 뒤에 어떤 말을 덧붙였는가. 어쩌면 사랑은 두 번째 문장의 얼굴로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