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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Sep 02. 2024

여름에는 책을 읽어요

여름의 독서노트 _여름에 읽은 29권의 책

https://brunch.co.kr/@chocowasun/129

작년의 독서노트를 보니, 지난여름 또한 왕성한 읽기를 한 걸 보면, 독서의 계절은 여름이다. 이글이글한 땡볕과 거친 빗금을 내리는 장마 아래, 무성하게 자라는 풀과 잡초가 가진 에너지를 받아 기운을 낼 수 있었다. 
38권을 읽었던 2022년의 독서노트 중에서




파란 파도가 생긴 벽


바깥공기가 이상하리만치 서늘하다. 수영을 가는 길, 처음으로 에어컨을 끌 수 있는 서늘한  새벽이었다. 걱정스러울 만큼 덥고, 앞으로 있을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이번 여름을 보내며 앞으로의 더위까지 생각하니 지겹기까지 했다. 그래도 가는 걸 보니 언제나 끝은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체득한다. 




모니터 옆 작은 책장
살려달라고 외치는 중인 책장. 오른쪽과 위아래로도 더 있다. 양 옆과 앞 뒤로도 빼곡하다. 언젠간 정리를... (기절)
모은 레고들과 새롭게 단장한 해포존. 보물인 구판과 스프링 제본한 영국판 페이퍼북, 미나리마 영국판, 일러스트판이 있다.

집에는 다섯 군데에 책꽂이가 마련되어 있다. 하나는 지금 이 컴퓨터를 사용 중인 화실의 모니터 옆 작은 책꽂이. 아이패드와 키보드, 다양한 노트들, 잡동사니와 함께 읽었던 혹은 읽는 중인 영어 책이 꽂혀 있다. 그리고 화실에 모아 온 100여 권이 훌쩍 넘는 그림책과 내 그림이 꽂혀 있는 나 홀로 책장이 있다. 방에 있는 나 홀로 책장도 있는데, 해리포터 존으로 꾸며 두었다. 관련된 책들과 레고, 굿즈가 있다. 가장 교체 주기가 빠른 곳은 침대 옆. 거실에 아주 크고 꽉꽉 들어찬(몇 권인지 세어보길 포기한) 책장이 있지만, 침대 옆이 실질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주로 20권 정도 꽂혀 있고, 빌려온 책, 읽는 중인 책, 오랫동안 꽂혀만 있는 책, 만화책, 연필 등이 있다.   




병렬독서라는 용어를 알고나서부터 나의 독서 습관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엄청난 병렬 독서가! 몇 권인지 세어본 적은 없지만 평균적으로 10권 정도를 동시에 읽는 듯하다. 소설, 비문학, 영어책 등을 조금씩 돌아가며 읽고, 얇거나 재미있으면 편 자리에서 끝내기도 한다. 처음 훑어본 후에 마음에 들면 대부분 완독 하는 편이기에 독서노트에는 완독 한 책을 기준으로 싣는다. 


독서노트를 쓸 때면 책에 있던 글자들이 촘촘히 쌓여 거대한 테라포트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생각난다. 6월, 7월, 8월. 여름 동안 쌓인 글자들을 모아 정리했다.  





인생의 베일 _서머싯 몸
뒤의 표지에 모든 스포가…
그녀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찰스를 향해 느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쭐함이 전율처럼 그녀의 등에 퍼지는 동시에 그렇게 굴욕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남자에 대한 희미한 혐오감 또한 솟아났다. 
 "알겠지만, 평화는 일이나 쾌락, 이 세상이나 수녀원이 아닌 자신의 영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답니다." 
 키티는 움찔했지만 원장 수녀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한 시간 반 정도를 꼼짝도 안 하고 내리읽게 한 속도감이 있다. 책이 얇고 친절해서 소설을 읽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작가가 처음으로 인물이 아닌 이야기를 위해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느껴지는 엄청난 흡입력! 자질구레한 설명 없이 필요한 부분만 꾹꾹 누르고 지나간다. 스물일곱에 애가 셋인 마흔 살 유부남과 불륜을 하게 되는데, 남편이 알게 되며 전개는 급 물살을 탄다. 불륜을 하는 남자의 이름은 타운센드. 엄청 얄밉고, 아침 드라마였으면 할머니들 미움 1등 예약이다. 타운센드라는 이름은 크라운을 통해 마가렛 공주의 불륜남으로 인해 들어본 적이 있다. 이름에 뭐가 있나...


오리엔탈리즘에 푹 빠진 작가의 모습이 반영되었고, 1920년대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좋은 책이 그러하듯 그 당시의 통찰력이 지금도 유효하다. 남자가 쓴 것이 맞나 싶은 부분도 있을 만큼! 


포기하지 않는 마음. 용기 있는 변화. 진정한 용서가 이야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런 디스를 받느니 주리를 틀어줘요... ㅠ
정말 아름다운 풍경 묘사




에밀리 초원의 빛, 영혼에 뜨는 별 _루시 모드 몽고메리
구하기 힘들었던 2편은 e- book으로

사랑해 마지않는 앤 시리즈 작가의 또 다른 책. 작가는 스스로 쓴 작품 중 이 작품을 최고로 꼽았다. 1편의 시작에서 주인공 에밀리의 아픈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장면이 나온다. 도서관에서 이 부분을 읽다 눈물범벅이 되어 차로 돌아가야 했다. 언제나 떠올리면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구절이 나온다. 이 문장들에 기대어 마음의 청소를 할 수 있었다. 올해의 문장으로 꼽고 싶다.  


 에밀리는 아버지가 하는 말을 똑똑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제는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에밀리의 슬픔에서 어느새 고통은 사라졌고 가슴의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에밀리는 어떤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자애심에서 넘쳐 나온 사랑이 자기 주변 곳곳에 퍼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 있는 곳에는 두려움도 괴로움도 없었다. 그리고 사랑은 어디에나 있었다. 

 '아빠는 문 저쪽으로 건너가시려 하고 있어. 아니야, 아빠는 커튼을 여시려고 하는 거야.' 커튼은 문처럼 단단하지도 않고 굳게 잠겨 있지도 않기 때문에 에밀리는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아빠는 '번뜩임'이 찾아왔을 때 언뜻 본 그 세상으로 조용히 들어가실 거야. 아빠는 그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시는 거야. 나한테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야.' 

 아빠는 나에게서 아주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다, 저 흔들리는 커튼 바로 뒤쪽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에밀리는 견딜 수 있었다. 


영화 '애프터 썬'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애프터 썬의 아빠는 여행 후, 딱딱한 문이 아닌 부드러운 커튼 뒤로 향한 것이다. 문득 찾아오는 슬픔이 느껴질 땐 부드러운 커튼을 생각한다. 사랑하는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위로가 될 것이다. 부드러운 커튼 뒤로... 부드러운 커튼 뒤로...


애프터썬의 마지막 장면
캠핑에 가서도, 선풍기와 수박과 버터와 함께도 읽었다.


에밀리 시리즈는 총 3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인지 2편만 중고까지 통틀어 모두 품절이었다. 아쉬운 대로 1편과 3편만 사고, 잘 읽지 않는 이북으로 읽었다.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에밀리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이야기가 나온다. 좀 더 주인공 시점이고, 마틸다와 비슷한 부분도 많다. 글을 쓰는 모습이나 관련된 이야기는 작가 본인의 모습을 많이 투영한 것 같다. 


앤에서도 느껴지던 작가 특유의 주변 인물들 설정이 여전히 좋았다. 엄격하게 다정한 엘리자베스 이모, 고혹적인 로라 이모, 언제나 고마운 지미, 얄미운 로스 이모, 금쪽 친구 일저까지! 역시 모든 인물이 살아 움직인다. 눈으로 읽는 asmr 같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흐르듯 3편으로 향해본다.  




장미의 이름 1,2_움베르트 에코
왼쪽 사진의 저만큼 분량이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다.

오랜만에 어려운 책이었다. 아빠가 움베르토 에코의 짱짱 팬이어서 어릴 때부터 집에 거의 모든 책이 있었지만 펼쳐만 봐도 현기증이 나서 읽지 못했다. (거의 평생에 걸친) 여러 번 도전 끝에 드디어 이번에 성공했다. 꿀팁은 1권의 반만 참고 넘겨라! 전혀 팁이 되지 않는 군. 


처음 보는 단어도 많고(이렇게나 오래 썼는데 아직도 모르는 한국어가! 배움은 끝이 없구나) 종교 용어, 건축 용어 등 다채로운 언어의 향연이다. 인용된 구절도 워낙 다채롭고 전체적인 함유도 종교적 의미가 가득하다. 다. 기독교 문화에 대해 기본 지식이 부족해 10프로만 이해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정말 멋진 이 제목은 작가도 독자의 해석에 몫을 남겼다. 


쓴 작가도 대단하지만 번역을 함이 경이롭다. 우리 세대라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때문에 번역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번역가가 말하길 자신이 옮긴 100여 권의 책 중 이 책이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또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폐쇄적인 수도원에 가게 된 탐정과 노련한 나이 든 신부가 겪는 7일간의 이야기로, 탐정 조수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추리가 펼쳐진다. 고해성사를 말할 수 없는 신부들의 심리를 파해치거나 단서들을 보고 사건의 앞뒤를 맞춰나간다. 내용도 긴 편에 어려운 단어들도 많이 나오지만 흡입력이 있다. 홈즈처럼 시리즈로 나왔다면 무척 인기 있었겠다. 영화도 잘 만들었다고 해서 영화를 보면 부족한 이해가 채워질 수 있음을 기대한다. 


남다른 의미의 글빨, 신비로운 분위기, 뇌가 지끈해지는 단어의 메들리가 궁금하다면 인생에 한 번쯤은 도전해 보길! 




Hunger Game: Catching Fire _Susan Collins
The Little White Horse _Elizabeth Goudge
The Merry Recluse _caroline Knapp
여름에 읽은 영어 책들
읽은 날과 모르는 단어를 정리한 날을 표시한다
표지가 못 생긴 걸 참을 수 없어 종이들로 감싸다가 천으로 북커버를 만들었다


헝거 게임 2편과 작은 백마, 명랑한 은둔자 세 권을 여름 동안 영어로 읽었다. 지속되는 취미 중 하나인 영어책 읽기는 작년 해리포터 전집을 읽은 것을 계기로 올해는 헝거게임 시리즈를 읽기로 했다. 그 여정에 한국어로 읽었을 때 좋았던 책들 또한 찾아 읽게 되었다. 앤, 작은 백마, 명랑한 은둔자가 그 책들이다. 


휴가 동안 놀러 가서도, 침대에서도 함께.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책을 술과 함께 읽는 어른이 되었다.

작은 백마는 닳도록 본 책인데 초등학교 때 사둔 영어 버전의 책이 있어 여름휴가를 맞이해 10일 동안 다 읽는 프로젝트를 자체 실행했다. 명랑한 은둔자는 약 이름이나 그 나라 문화를 알아야 할 수 있는 용어가 자주 등장해서 난도가 있긴 했지만 좋아하는 구절들과 작가의 생각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헝거 게임은 3편을 읽는 중이고, 노새뱀발까지 읽은 후에 내년에 나올 헤이미치 편을 경건하게 기다릴 테다. 


워낙은 노트에 모르는 단어를 옮겨 적고 한국어 버전과 비교하여 뜻을 찾아 적는 작업을 했었는데, 올해는 퀴즐렛이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어 영어 단어 퀴즈를 만드는 방식으로 바꿨다. 


좋아하는 책을 다른 언어로 만날 수 있음이 기쁘고, 뻑뻑한 뇌에 기름칠을 함도 뿌듯하다. 언어 공부와 운동이 뇌의 변화에 유의미한 작용을 한다고 하니, 오래오래 공부이자 취미로 가져가려 한다. 




긴 호흡 _메리 올리버

시인의 산문집은 언제나 좋아, 호! 호! 호! 미국에서 활동한 시인으로 자연과 자아와 작업에 대해 썼다. 자아를 묘사한 부분은 날카롭고 슬펐으며, 자연을 이야기한 부분은 차분하고 고요함 속에 나 또한 톱니바퀴로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영어에 더욱 익숙했으면 원문으로도 읽어보고 싶다. (좋은 부분을 옮겨 적다가 책 전체를 다 적을 뻔했다!)


비범함이 어디서 일어나고 어디서 일어나지 않는지, 그 장소들의 목록을 만든 사람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지표들은 있다. 군중 속이나 응접실, 평화로움이나 안락함, 즐거움 속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비범함은 야외를 좋아한다. 집중하는 정신을 좋아한다. 고독을 좋아한다. 매표원보다는 모험가를 가까이한다. 그렇다고 안락함이나 세상의 정해진 일상을 얕보는 게 아니라, 관심이 다른 곳을 향하는 것이다. 비범함은 가장자리에, 가장자리 너머의 무정형에서 형상을 만들어내는 데 관심을 보인다. 
 창작은 중력에 대한 물의 충실성만큼 완전한 충실성을 요한다. 이건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걸 모르거나 받아들이지 않고 창조의 황야를 터덜터덜 걸어가는 사람은 길을 잃는다. 영원이라는 그 지붕 없는 장소를 갈망하지 않는 사람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그런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가치 있고, 쓸모 있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할 수 있으나 예술가는 아니다. 그런 사람은 오직 반짝이는 한 순간을 위한 시기적절한 야망, 완성된 작업물과 더불어 사는 게 낫다. 그런 사람은 비행기를 조정하는 게 낫다.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업은 다른 방식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예술에 몸 바친 이에게 가끔의 성공은 그 모든 노력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세상에서 가장 애석한 사람들은 창작에 사명을 느끼고 창조력이 안달하며 솟구치는 걸 감지하면서 거기에 힘도 시간도 들이지 않는 이들이다.
삶이 쉽다거나 확신에 차 있다는 건 아니다. 완강한 수치심의 그루터기들,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슬픔, 아무리 춤과 가벼운 발걸음을 요구하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어디를 가든 늘 지고 다니는 돌 자루가 있다. 하지만 우리를 부르는 세상, 경탄할 만한 에너지들을 가진 세상도 있다. 분노보다 낫고 비통함보다 나은, 더 흥미로워서 더 많은 위안이 되는 세상. 그리고 우리가 하는 것, 우리가 다루는 바늘, 일이 있으며 그 일 안에 늘 기회 -뜨거운 무정형의 생각들을 취하여 그것들을 보기 좋고 열을 유지하는 형상 안에 집어넣는 느리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가 있다. 신들 혹은 자연 혹은 시간의 소리 없는 바퀴가 부드러운, 휘어진 우주 전체의 형상들을 만들어 온 것처럼. 곧, 나는 내 삶을 주장하기로 결심함으로써 일과 사랑을 통해 멋진 삶을 만들어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심장이 몸의 문간에서 긴 돌계단을 내려가 홀로 이 세상에서 나가는 걸 느낀다. 




음악의 언어
연습에 시간을 투자하는 요즘. 직접 쳐 보며 부딛쳐보고
일상 속에서 듣고
직접 가 보기. 임윤찬의 리사이틀과 계촌 음악축제에서 만난 조성진. 제 브런치에 클래식에 대한 다른 글도 더 있어요!

한국과 프랑스에서 음악을 전공한 선생님이 쓴 책이다. 본인이 연주자이자 선생님으로 느낀 점을 곡과 연결 지어 설명해 준다. 자신의 경험을 물리학, 요가, 그림, 무용 등에 빗대어 다채로운 이해를 돕는다. 드뷔시의 달빛 부분, 속도에 관련된 용어를 설명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바흐가 연주자들을 헤매게 하고 또 내면의 정답을 찾게 하는 매력이 있다보다. 짧게나마 바흐의 곡을 연주해 보고, 또 들어보며 더 알게 되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슈베르트, 리흐테르의 슈만, 에릭 사티의 백사시옹을 새로 추천받아 들어보았다. 이성복의 아포리즘 책도 읽어봐야지. 




시간 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 _콜린 스튜어트

얇은 두께 큼직한 글씨 벌써 친절해! 인류의 가장 오래된 불가사의, 시간에 관한 책이다. 


시간의 화살은 계속해서 엔트로피가 낮은 영역(과거)에서 엔트로피가 높은 영역(미래)을 가리키며 나아간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일정하지 않아 산호의 나이테를 보면 아주 오래전, 1년이 420일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
가능성이 높은 결과 때문에 무질서해지는 지구를 보며 에에올이 생각났다.  
gps를 사용하는 동안은 작은 시간여행 중이다.
한 권의 책을 익는 순간과 블록 우주의 개념이 비슷한 것이 흥미롭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죽은 후 한 달 후에 죽었는데, 그전에 남긴 편지 중 일부이다. 
'그는 이 이상한 세상을 저보다 조금 먼저 떠났습니다. 아무 의미 없습니다. 물리학을 믿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단지 완고하게 끈질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식물에 관한 오해 _이소영
자연은 설정값을 넣으면 늘 같은 결괏값이 나오는 물건이 아니다. 인간 개체 각각의 생각과 행동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듯, 식물 역시 수많은 개체 중 단 한 그루, 가지 하나의 꽃 하나 정도는 타이밍을 착각해 불시개화(개화하는 시기가 아닌데 개화하는 현상) 할 수도 있다. 

세밀화와 함께 식물에 관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소개된다. 개량된 미스김 라일락의 세계적인 인기. 떠오르는 작약 수입지인 알래스카. 집 뒤의 숲이 떠오르는 너무 예쁜 모과나무 그림. 겨울을 위해 생긴, 제주조릿대잎 가장자리 흰 줄무늬. 좋아하는 제비꽃 관한 이야기. 예쁘고 향기로워 채집 후 방에 한참 두었던 덩굴의 이름은 하수오. 각각의 식물과 한국에서 식물의 관한 위치 현실 또한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미나리마의 마법 _미나리마 스튜디오

눈 돌아가게 아름다운 해리포터 미나리마 시리즈. 영문판으로 3권을 소장하고 있고, 나오는 대로 모두 살 계획이다. 해리포터 영화 작업으로 인해 이어진 두 사람이 영화와 책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한다. 책 자체도 너무 그들의 작업물답고(당연한가?), 다채로운 스케치와 작업 과정들을 볼 수 있음에 기뻤다. 영화와 책뿐만 아니라 각종 세트, 소품, dvd 컬렉션, 대본집, 팝업 공간에 이어 테마파크까지 폭넓은 작업물들을 소화한다. 느낀 점. 역시 영화 미술 팀은 연금술을 하는 게 빠르겠다. 정말 다! 만든다. 


✔️해포 마돌 관련 디자이너가 처음 한 일: 입학 통지서를 손으로 만들기. 미쳤다... 이거지예

✔️해포 인연으로 작업 후 스튜디오 차림(역시 도전해봐야 해!) 

✔️역시 록허트 작업이 재밌을 것 같았어!

✔️ 영화 보며 상상보다 좋아서 더 좋았던 것 : 하울러/황금알/ 블랙가문 가계도/ 구현한 거 대박

✔️마법약 라벨들 최애




다 그림이다 _손철주, 이주은
'결혼'과 '와운'

동양과 서양의 그림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의 책이다. 동서양의 그림을 비교해 보는 미술사 수업을 교재를 만들어 꾸려본 적이 있기에 반가웠다. 새로운 시선이 많아 흥미로웠다. (그러나 손철주 작가의 몇몇 느끼한 멘트는 제발... 도려내고 싶은 부분이 많다) 헨리 윌리스의 채터톤, 이인상의 병국도와 송하독좌(자살한 시인과 시든 국화)가 기억에 남는다. 


읽으며 따로 더 찾아보고 싶었던 것

앙드레 고르의 책
펄벅의 동풍서풍
김홍도의 포의풍류도
정선의 꽃 아래서 취해
양들의 침묵
닥터 지바고
조반 볼디니의 기타 연주자
일리야 레핀의 이렇게 넓다니
카유보트의 오르막길




하울의 움직이는 성 3. 요정이 된 하울 _다이애나 윈 존스

1편과 2편은 소장 중인데 3편도 있었나 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주인공 샤메인이 피터와 함께 친척 할아버지네 집을 맡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반가운 소피와 금쪽 하울도 조금 등장한다. 1,2,3편은 각각 다른 이야기로 같은 세계관만 공유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1편 영어책을 요즘 읽는 중인데 어릴 적 읽었던 기분이 생각난다. 




무해한 복숭아 _이은규

마구마구 피어나는 여름의 향. 당인리 발전소부터 살구, 달리기, 찰리와 초콜릿 공장, 과일과 먹을 것까지 내가 닮고 싶은! 이미 닮아있는 마음. 최근에 읽은 것 중에 가장 좋았다. 하나하나 다 아름다운 시와 전체적인 분위기 사이의 통일성도 있다. '밤의 물체 주머니'라는 시가 마음에 든다. 





초록의 어두운 부분 _조용미

좋아하는 시인의 신작. 여전히 식물과 고요하고 깊은 단어들. 첼로와 피사로가 식물과 함께 등장하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나와 마음의 무늬가 꼭 맞는 사람. 오랜 시간 읽어 왔고, 읽을 새로운 글자들이 있어 감사할 뿐이다. 


여름에 들어맞는 책이지만 초록이 부족한 겨울에 다시 읽고 싶다. 음미할만한 좋은 시가 너무 많다. 예전 작들에 비해 더더욱 색깔 속에 뛰어든 시인의 일상 또한 응원한다. 


산책자의 밤, 연두의 습관, 꽃다발, 구체적인 삶, 십일월이 좋았다. 


연두는 바람에 젖으며, 비에 흔들리며, 중력에 솟구쳐 오르며, 시선에 꿰뚫리며

녹색이 되어 간다. 

웅크렸다 풀리며 초록의 세계로 진입하는 견고함이다

_연두의 습관 中


<구체적인 삶> 

 기이하다 오래전에 나는 당신과 함께 모든 걸 나누었던 것 같다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서로에게 마음을 다했던 것 같다

왜 지금은 이토록 남인가 다른 생을 받으면 이렇게 다시 시작되는가

이전의 모든 생은 분명하고 또 어렴풋하다 모든 생에서 나는 나의 기억과 함께였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런 걸 알 수가 있을까 당신은 지독한 타인이고 다음 생까지는 너무 멀다

언제나 다음 생을 믿을 만큼 나는 어리석었다

여기서 그쳐야 한다 끝이라는 말을 늘 생각한다 끝은 여러 생을 거쳐 행할 줄 모르는 습관이 생겨났다

끝은 끝끝내 오지 않아서 우리는 끝에 가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다 끝이 없는 마음이 지옥인데도 죽어도 마음은 끝을 모른다 끝이 저 스스로 죽고 싶도록 아름답게, 처절하게 우리는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_유계영

이런 표현은 좀 어지러운가? 좀 귀엽다. 그로테스크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보는 느낌. 

새벽에게 주어진 옷가지가 단 한 벌 뿐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나는 더 이상 나를 낭비하지 않을 텐데
_더 지퍼 이지 브로큰 中
단 한 방울의 눈물이 전혀 특별하지 않아서
남은 일생 열심히 울겠지
역시 시인이란......
_실패한 번역 中




식물원_유진목 

오래된 사진들과 산문에 가까운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불행한 순간들을 펼친 사진첩.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_안희연

프랙털이 있는 2부가 좋아. 어두운 면모. 너를 보내는 숲도 좋았다. 가여워하는 용감함이 있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_김행숙

서늘하고 다정하다. 여러 사람들이 말을 걸어온다. 

시에도 케이팝처럼 도입부 장인이 있다면 당신이야… 마치 라잌 라이언하트 태연…

좋았던 시: 잠을 기다리며, 밤의 한가운데. 봄날은 간다, 주어 없는 꿈




오늘의 일 인분 일식, 오늘은 아무래도 덮밥, 의욕 따위 필요 없는 100가지 레시피

생존 요리의 한계가 찾아와 책의 도움을 받았다. 요리책은 알록달록해서 보는 그 자체로 즐겁다. 




식물 박물관, 도시 텃밭에 초대합니다, 우리 집에 갈래?, 집으로 가는 여정, 세상 어디든 나의 집
너무너무 아름다워... 눈이 매우! 바빠진다

캐시 윌리스가 쓰고 케이티 스콧이 그린 그림책으로 실물을 보면 놀랄 만큼 엄청난 크기의 책이다. 모든 그림들을 벽지로 쓰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섬세하다. 침 줄줄, 눈알 떼굴떼굴! 첫 페이지 식물 지도(손가락이 있는 사진)는 해리 포터에 나오는 블랙 가문 가계도 같다. 후추 꽃 구경하며 침 닦기...


원예용 관목 중 상당수는 중국의 히말라야나 중앙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출신이라는 사실. 야자의 종류는 2600종 이상이고, 옥수수 밀 벼 대나무 모두 벼과 식물에 속한다. 그림도 내용도 알차서 시리즈 모두 소장하고 싶다. 



도시 텃밭에 초대합니다 _펠리치타 살라

색연필 그림으로 아름다운 책! 식물과 요리, 생태까지 쉽게 알 수 있다. 


글씨 하나 없어도 스펙터클한 모험. 동양화 전공 작가라 그런지 한지를 사용 느낌이 좋다.


집으로 가는 여정 _표현우

애들 책이 맞을까? 눈물 좔좔... 우리 집 고양이들도 생각나고 더위에 지친 거리 애들도 떠오른다. 떠도는 마음을 가진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

기술과 문화로 인해 생겨난 집들에 대한 책이다. 신선한 레이아웃, 산뜻한 수채화를 볼 수 있다. 뭔가 내가 생각하는 외국 그림의 정석! 영어 교재 삽화 과학 파트에 나올 것 같다.  




여기까지
여름의 독서 노트를 마칩니다!


가을로 저벅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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