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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May 27. 2024

봄의 독서노트

봄에 읽은 24권의 책

5년째 맞이하는 봄의 독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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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기저기 써둔 것과 지난 감상을 합쳐 모아둠.   


2021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이자, 즐거움과 어려움. 인쇄된 글씨들이 주는 위안에 삶의 방향키를 맡겨왔다. 좀 더 깊이 있는 독서로 배우고 싶다, 그게 뭐든지. 때로는 그저 글자와 함께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즐겁길. 스스로 피고 진 꽃과 함께 한 봄의 독서노트를 시작합니다.



2022

아카시아 꽃이 지고 찔레꽃 향기가 으깨지는 길. 뻐꾸기가 전깃줄에 앉아, 시곗 속 모습처럼 간혹 가다 뻐꾹 거리는 오후. 선풍기와 에어컨 필터를 꺼내 시리지 않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물에 싹 닦아낸다. 금방 지는 꽃들은 마당에서 최대한 보다가 잘라서 물에 꽂아 실내로 데려와 며칠이라도 더 본다. 손목의 시곗줄 위치만 하얗게 남고 타버리는 햇살이 찾아왔다.


모아보니 좋아하는 작가들의 다른 책들을 읽은 편이 많았다. 좁고 깊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분야도 찾아 읽어보길. 좋아하는 일. 의미 있는 일. 편안한 분위기에서의 대화. 길어지는 저녁 식사시간. 건강한 요리 하기. 좋아하는 티브이 프로그램. 달라지는 꽃향기로 샤워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등산. 매일 달라지는 인체를 체감하는 요가. 동네 산책. 고양이 냄새 맡는 시간. 아이스커피. 그저 그런 나의 날들을 지탱해 주는 몇몇 일들 사이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또 다른 일은 '책 읽기'. 펴 들기까지 유혹이 많지만, 한 번 눈에 글씨들이 붙고 나면 넘실넘실 헤엄치는 내용 사이로 생각을 던진다. 마음의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더라도, 결국엔 두터워지길 바라며. 쌓아보니 이만큼이라고? 싶었던 책탑을 차곡차곡 책꽂이로 돌려보낸다. 만나게 될 새로운 책들에게도 치얼스!


2023

계절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4년째 써온 독서노트. 이번에만 봄과 여름이 한 번에 묶인 이유는, 비로소 가을에 이르기까지 날카롭고 혹독한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재밌는지, 책의 잔향을 음미하는 법과 글로 나누는 유대감을 가르쳐준, 책 친구이자 책 선생님이었던 엄마를 위해 이번 독서노트를 남긴다.


같이 좋아하여 예약해 두고 손꼽아 기다리던 앤 전집이 장례식을 치른 집에 도착해 있었다. 책을 나눠 읽고 어땠는지 밥 먹고 산책하며 한참 수다 떨던 시간들은 나의 일부가 되었기에. 마음속 별자리로 등대로 영원히 나의 책 친구가 되어줄 것을 안다. 그 마음으로 앤과 토지를 비롯한 여러 책들을 읽었다. 이번 독서노트의 반은 엄마가 있던 봄, 반은 텅 빈 여름에 읽은 책들이다. 슬프고 그리운 보고 싶은 마음들도 글자 속으로 녹아들길.






  2024 봄의 독서노트
옹심이
평화로운 하루하루
작약과 장미
그림그리러 온 친구가 그려준 책 보는 나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부서지는 한낮의 햇살. 울타리 가득 주렁주렁 열린 장미. 개울가의 참새 목욕탕. 기분 좋은 미지근한 바람. 저녁쯤 커튼 너머 멀리서 들려오는 여러 겹의 개구리 소리. 살구향 커피. 물살을 가르고 악보를 보는 순간. 이 모든 것과 더불어, 봄에는 이런 책들을 읽었다. 


책을 통해 둥둥 떠다니는 일상 속에 촘촘한 잔뿌리들을 내린다. 피고 지는 데이지와 작약처럼 나를 찾아올 또 다른 문장들을 천천히 또 꾸준히 읽어 나가기를 다짐한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피아노로 돌아가다 _필립 케니콧
놀러간 제주도에서 산 기념품.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읽기 시작했다.
날씨가 아까울 정도로 좋은 날엔 공원에 가서
아껴뒀던 페이지를 마저 읽었다. 참새가 내내 구경함.

애도와 골든베르크에 관하여. 아주 아름다운 책이다. 묘사는 첨예하고, 전체적인 구조는 대위법을 닮았는데, 이처럼 내용과 틀이 꼭 들어맞는 글은 매우 귀하다. 이런 책을 만날 때면 마음속 책장의 제일 좋은 칸으로 옮겨둔다. 그리고 다시 읽고 싶어 지기 전까지 많이 생각한다. 책을 읽었던 공원을 다시 갈 때마다, 공항 바닥에 앉아 읽는 동안 썼던 모자를 다시 꺼낼 때마다, 클래식 어플을 켤 때마다. 


읽다가 이거다 싶은 느낌이 오면, 한숨에 읽지 않고 아껴두었다 여러 번 나눠드는데 이 책도 그러했다. 앞의 몇 챕터를 읽고 큰 숨을 쉰 후에, 다음 며칠 동안은 다른 책도 보고 일상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게 둔다. 그러다 마저 읽고 반복한다. 그리고 여운에 잠겨 다른 책으로 치유하고자 노력하나 이 책뿐이 만족이 되는 상황을 즐긴다. 다른 벼락같은 책을 또 만날 때까지. 마음에 드는 책(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을 알아가는 방식.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_패트릭 브링리

속초의 좋아하는 장소인 문우당 서림에서 데려온 여행 기념품. 읽으려고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때마침 마주쳐 읽게 되었다. 


원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기까지 끌고 가는 초반의 흡입력이 아주 멋지다. 담담하고 섬세하고 겸손한 시선이다. 직업인으로서, 한편으로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느끼는 바 들을 미술관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작품들이 매우 많이 등장하므로 어느 정도 찾아보며 읽으면 더욱 재밌겠다. 무엇보다! 소제목들이 그림이 잘 보이도록 조각된 액자 같다. 


+) 내 마음대로 애도 3탄. 음악: 피아노로 돌아가다. 미술: 나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수학: 수학의 위로. 




결혼 여름 _알베르 카뮈

보고 싶었던 책이 운명처럼 나를 기다리던 여행지의 숙소. 파도소리와 함께 읽은 책. 책의 만듦새, 표지, 제목이 어우러져 안의 내용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특히 제목을 정말 잘 정했다고 생각한다. 


날카롭고 풍성한 햇살 같은 젊은 시절 그리고 노년에 같은 장소를 방문해 회고하는 노년이 담겨있다. 두 내용의 수미상관이 압도적이다. 작가의 소설들을 힘차게 읽어봐야겠다. 이 정도 기운이면 소설은?




섬 _장 그르니에 섬

섬인 제주도로 떠나며 읽은 책.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책부터 훑어본다. 여행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들의 묶음이고, 산문이지만 시 같은 서술이다. 카뮈의 책을 본 후 이 책을 읽게 되어 서문이 더욱 신비롭게 했다. 누군가를 뛰게 하는 글이라니, 너무 궁금하잖아! 


고양이에 관한 챕터가 기억에 남고, 눈물 찔끔 흘리며 보았다. 몽클리프의 고양이를 읽어봐야겠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_카를로 로벨리

'물고기가 물속에 사는 것처럼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산다'는 물리학자의 정의. 평생 알아낼 수 없는 이 우주를 이해해 보려고 애쓰는 물리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시인만큼이나 낭만적이다. 그리고 과학은 매우 불교와 닿아있다. 붓다의 유언처럼 마차는 마차가 아니다. 


따로 적어놓은 구절들을 소개한다. 

(+이런 과학 책에 나오는 간단한(조악한) 그림그래프 이해 돕기 위한, 이런 그림들 좋아!)


낮은 곳에 살수록 덜 늙는다.
물리학에는 고유시간이라는 개념이 있다.
시간의 흐름에는 본질적인 어떤 것도 없으며, 과거의 한 시점에서 우주의 불가사의한 가능성이 희미하게 반영된 것일 뿐이다. 
우리의 ‘현재’는 우주의 전체에 적용되지 않는다. 
아무 변화도 없으면 시간도 없다(아리스토텔레스적 vs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도 흐르는 시간이 있다(뉴턴)를 아인슈타인이 통합이해).
세상은 사물들이 아닌 사건들의 총체이다. 
물체의 속도는 물체 자체의 성질이 아니다. 다른 물체와의 관계 속에서 맺어진 물체의 성질이다. 
우주적 존재가 된다는 것은 점진적으로 무질서해지는 과정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진화의 오류다.




순간의 철학 _함돈균
고양이와 같이보는 원데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구원과 메시아로 연결, 화장과 프로이트의 종교 제의에 대한 강박성을 연결, 독서와 장자의 철학을 연결. 재미있는 생각이 많다. 예시: 나눠 마시는 차와 잔의 커피가 다른 이유. 차는 잔이 작아 서로 따뜻한 다기를 만지게 된다. 자체가 바로 시간이 오가는 것. 읽으며 듄, 그리고 원데이가 떠올랐다. 


인생에는 고상한 형이상학이나 신념이나 논리적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기쁨에의 전적인 몰입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실용적 계산도 이 순간에는 무용지물이다. 그는 이 '한때'를 정복하기 위해 자신의 힘과 모든 능력을 바쳐야 하며, 아무런 가면도 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카뮈 _제밀라의 바람)
독자는 책을 선택하지만 책이 그들을 끌고 들어가는 '세계'를 선택할 수는 없다. 선택당하는 것은 책의 문장과 마주한 독자 자신이다. 
공유했던 시간이 있다고 믿었지만, 삶의 시간은 제각각 다른 시계침을 작동시키고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그제야 깨닫는다. 서로의 시간은 교집합일 수는 있지만 동치일 수는 없다. 영원한 시간에서 그와 나는 이 생애에 잠시 아주 부분적으로 교차했을 뿐이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 _스벤 브링크만

열 명의 철학자가 각자 한 강의씩 맡아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각각의 설명과 전체적인 내용의 유기성도 있다. 읽으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아이리스 머독의 철학에 매력을 느꼈다. 언젠가 읽은 철학 책들을 모아 정리해 보아도 좋겠다. 짧게 써둔 것들을 옮긴다. 


오늘날 심리학은 현대사회에서 유사종교의 자리를 차지한 채 개인에게 다양한 자기계발 도구를 제공합니다. 심리학은 구원이라는 종교적 목표를 자아실현으로, 또 고해성사와 성직자의 조언을 치료와 코칭으로 바꾸었지요. 현대의 세속 사제는 심리학자와 자기 계발 전도사이고, 신이 있던 우주의 중심은 자아가 대신 차지했습니다.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의 계보.
니체-푸코 계보.
아렌트-하이데거-벤야민 라인.
다다-데리다-구조주의-포스트 구조주의.
데리다의 용서: 불가능의 광기.
경험 기계에 대한 로버트 노직의 책부터 매트리스로 연결되는 부분: 김연수의 기도하는 기계, 권병준 작가의 기계. 경험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올해의 결심과 맞닿은 부분. 
<인용된 책 중에 볼 것>
니코마스 윤리학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죽음에 이르는 병
여성 권리의 옹호
주디스 버틀러의 책
인간의 조건
영화 아이리스
시시포스의 신화
저항 반란 그리고 죽음
수상록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서사의 위기 _한병철
은근 핫팩 역할 근데 다소 발이 저린


친구가 한병철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려주어 읽게 되었다. 아름다움의 구원, 피로사회 등을 읽고 충격을 받아 이 무렵 나온 작가의 여러 책을 소장하고 있다. 주제와 작가를 보고 많은 기대를 했는데 다른 저서들에 비해 설득력과 통찰력이 약했다. 그리고 역시나 번뜩이는 문제점에 비해 마무리가 아쉽다. 사실 겉표지만 읽어도 안의 내용은 거의 아는 것과 다름없다. 요약 정말 잘했네(그래도 읽어보심이...)


정보, 스토리 <-> 서사, 맥락. 두 대칭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찬가지로 따로 적어둔 것을 덧붙인다. 


현대인은 정보와 소통에 도취되어 몽롱하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더 이상 소통의 주인이 아니다. 
전체 삶의 기록화
정보는 껍질이 없기 때문에 포르노적이다. 
스토리텔링의 생산물로써 서사는 오히려 정보성의 특성을 많이 띤다. 정보처럼 덧없고, 임의적이고, 소모적이다. 삶을 안정시킬 힘이 없다. (요즘 쓰인 소설에 흥미를 잃은 이유. 납작한 정보성인 서술 때문에. 아우라와 내면화가 부족하다.




건반 위의 철학자 _프랑수아 누델만

이 철학자들이 피아노 연주를 즐겨했구나! 철학자들의 사적인 음악 취향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철학과 반대되더라도 즐겁게 연주하고 듣고 눈물 흘리는 모습들. 극과 극은 통하는군. 사르트르의 여자 문제라던가 니체의 형편없는 작곡 실력, 바르트의 언행불일치 등 여러 면모를 좀 신랄하게 묘사한다. 사르트르와 니체 둘 다 쇼팽 오덕이었구나... 책은 매우 얇아 후루룩 읽을 수 있지만 다채롭게 유익하다. 


사르트르에게 피아노 연주는 지적 담론을 피하고, 타자에게 조종당하거나 단절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동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동일한 현재를 산다고 여기지만 우리 각자는 굉장히 다른 시간과 리듬 속에 살고 있다. 피아노 연주는 이 비밀스러운 시간성에 동참한다. 




난처한 클래식수업 7 슈만과 브람스 _민은기

두 작곡가 사이의 유구하도록 얽힌 이야기를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이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왜 묶이는지, 브람스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쉬운 문답으로 배울 수 있다. 그리그와 브람스의 친분이 신기해! (뜬금없는 연예인 친목 조합 보는 느낌)




쇼팽을 찾아서 _알프레드 코르토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앨범을 앞두고 피아니스트 본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피아니스트이자 학자의 시선으로 쇼팽을 여러 각도에서 해석했다. 쇼팽의 병약함, 불같은 화, 넘치는 열정, 소처럼 일하는 모습 모두가 담겨있다. 


곡을 쓰고 있는 동안은 그 곡이 좋을 거라고 상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곡을 쓰지도 않을 테지요.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때 찬찬히 생각을 해봐야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쇼팽과 들라크루아의 연결점이 흥미로웠는데 둘이 패션 때문에 친해진 덕메이트였다. 들라크루아의 일기를 읽어봐야겠다. 슈만 또한 쇼팽을 정말 좋아했구나. 작곡가들의 작곡가 같나 보다. 조르주 상드라는 연상의 소설가와 지낸 8년도 매우! 흥미로웠다. 소규모 공연으로 귀족적 인기를 얻었단 사실도 새로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한처럼 폴란드의 민족 정서를 잘 담아냈다고 한다.


 재미있었던 사실은 이런 것들이 있고,  책을 전체적으로 읽고 느낀 점: 덕질을 이 정도로 하면 교수님이 되는구나. 봉준호 짤 다시 소환. 


마틴 스코세이지를 보는 봉준호




듄 1 _프랭크 허버트

잠들기 전 버터와 책 보는 시간

듄 2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영화 1편과 책을 복습하다. 책은 여전히 백과사전보다 무겁고 흡입력 있었다. 정신없이 빠져들어 감상했던 시간들을 지나 좀 묵혀두고 다시 열어보니 여러 장면들이 다시 보인다. 책이 영화보다 좀 더 친절하고, 복선도 훨씬 많이 깔아 두었다. 물에 대한 집착도 다방면으로 등장해서 가상의 현실에 더욱 몰입된다. 


그러나 영화는 몇 문장 되지 않는 내용을 정말 멋지게 풀어냈다. 특히 전개를 각색함에 있어 박수를 보낸다. 장면들을 덜어내고 덧붙이는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미장센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 역시 오닥후들은 대단해... 


다만 삭제되어 아쉬운 장면들은 저택의 온실, 사교모임의 식사, 야미스의 장례식 등이 있다. (그리고 오히려 책 속 묘사만 보자면 로타가 티모시 같다! 와우) 




듄 2 _프랭크 허버트
아이맥스 포스터와 티켓 대신 팔이 긴 버터를 첨부함 (상관 무)

듄2는 개봉하자마자 아이맥스로 한 번 보고, 돌비 애트모스에서 1편과 2편을 연속상영한 것을 보았다. 엉덩이가 납작해져도 좋아. 처음 볼 때는 너무 긴장해서 식은땀과 뻣뻣한 어깨를 얻었고, 두 번째 볼 때는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확연히 다가왔다. 


영화를 보고 돌아와 가지고 있던 2편의 책도 다시 읽게 되었는데, 아시잖아요, 영화 보고 나오는 순간부터 음미의 타이밍. 영화상 1편은 책 1의 절반 정도까지이고, 책 2는 앞으로 펼쳐질 전개 부분에 가깝다. 1에 비해 정치적 이야기가 훨씬 가미되어 있고, 훌쩍 어른이 된 폴을 만날 수 있다. 폴의 감정처럼 오히려 아라키스에서 프레멘이기 위해 노력했던 시절이 그리워질 정도. 아름답고 정제된 문장들, 비유가 더해져 슬픈 문장들이 많다. 새로운 등장인문들, 다른 행성들도 많이 나온다. 


점점 기구해지는 폴의 운명, 영웅의 몰락. 드니가 환장하겠다. 그리고 티모시가 좀 더 소년 같지 않은 나이가 든 얼굴이 될 때까지 3 제작을 미루겠다고 했는데, 찬성입니다. 좀 더 구른 후에 만나...




케이프코드 _헨리 데이비드 소로

섬으로의 일주일 여행을 앞두고, 읽어보지 않은 소로의 책이라 읽게 되었다. 숲에서 오랜 기간 살았기에 바다에 대해 쓴 유일한 책이라고 한다.  갈고리 모양의 바닷가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엄청난 양의 지식과 다 적어내는 섬세한 집요함, 호기심 등이 느껴진다. 다만 월든에서의 시니컬함은 드문 기록에 가까운 글이다.




딕 부르너 _브루스 잉먼, 라모나 레이힐
미피의 뒷모습


네덜란드 출신의 작가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피를 그린 사람에 대한 책이다. 최근에 그린 그림 색깔을 미피코어 느낌으로 칠하다가 생각이나 보게 되었다. 미피의 모자, 마티스와 페르낭 레제, 데 스타일 운동, 몬드리안의 그림, 마티스의 건축물, 스테인드 글라스, 피카소와의 일화 등등 영향을 주고받은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움직이는 김밥성 그림! 미피 색을 떠올리며 색칠했다

정말 다양한 분위기의 그림과 스케치들이 있고, 처음 보는 그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네덜란드의 박물관을 가보고 싶어 진다. 작가의 가족이 출판사를 운영했기에 책 표지 작업을 많이 했는데, 평생 2000권 정도가 된다. 미쳤네. 자신의 그림은 124권. 양질전화를 믿게 된다. 


바닷가의 마을에서 휴식하는 동안 그 미피가 만들어지게 된다. 우선 반투명 종이에 흐린 스케치를 하고 전용 용지에 덧그린다. 색을 먼저 채우고 선을 따는 과정을 거친다. 보리스가 최애인데 작가의 자화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딕 부르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레네를 위해 오렌지 주스를 짜놓고 일상 이야기를 한다. 작은 그림을 그려 매일 선물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근처의 작업실로 출근하는 하루들을 보냈다고 한다. 너무 좋다! 그림도 삶도.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 _배리 로페즈

고통스러워 눈을 찌푸리며 보았어도. 결국 이겨냈음이, 살아있음이 중요하다. 




슬픔치약 거울크림 _김혜순

우울한 동화. 글자들을 오려서 만든 모자이크. 어두운 분위기 속에 냉소적 어조이지만 묘한 희망이 담긴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 취향인 사람들 분명 있을 테다. 


나는 젖은 빨래 목도리를 토성처럼 둘렀네
우산 한번 써보지 못한 우산처럼


상처의 신발, 내 안의 소금 원피스, 정작 정작에, 그림자 청소부 4편의 시가 좋았다. 




노멀 피플 _샐리 루니
옹심이과 부추, 버터와 옹심이

노멀피플 드라마에 흠뻑 빠져(이틀만에 정주행 완) 어디 뜯어먹을 것 없나 헤매던 하이에나 모드일 때 당장 읽게 된 원작 책. 원작이 있다면 꼭 다 훑어봐야 씅에 찬다. 드라마와 대사까지 매우! 똑같다. 후룩 읽기에 좋고, 성장 이야기에 가까울 테다. 하지만... 메리앤이 너무 아까워... (하고 싶은 말 오천 개이지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입만 뻐끔거리게 되는 상태) 드라마는 웨이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마음이 미어지는 걸 좋아하시나요? 여운 속에 허덕이고 싶으신가요?  넷플릭스의 원데이(이 또한 후루룩 정주행. 밤샜다)와 함께 완전 추천. 당장 재생!




마이 플레이스 마이 페이보릿 _최고요

취향을 찾는 법.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 마주친 찔레꽃 한 떨기. 




겹겹의 의도 _장자크 상페

쌉싸름한 겹겹의 일상들. 외롭고 유쾌한 일상 속 장면들. 




랑데뷰 _김선우

롱블랙 인터뷰를 읽고 친구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내가 대학생 때였다면 재밌게 봤겠다... 완성작보다 가벼운 드로잉들이 훨씬 좋았다. 크레타 섬에서 보낸 일상을 적은 부분이 가장 좋았다. 책보다는 롱블랙 인터뷰를 더 추천한다. 루틴이 삶에서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 큰 그림 그려봐야지! 




100층짜리 집 늪 _이와이 도시오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사계절 버전으로 그려 보았다.

모으고 있는 100층짜리 집의 신작을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배경이 늪이다 보니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 생소한 생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좋아! 나는 바다와 오리지널 편을 가장 아낀다. 




10층 공주의 성 _노하나 하루카

와글와글 토끼 아파트로 유명한 작가의 다른 책이다. 한 페이지를 펼쳐 보자마자 더 보지 않고 당장 구매! 예나 지금이나 침 줄줄 흘리며 보게 되는 종류의 그림들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예쁘고 귀엽다. 그림 그리러 오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떤 드레스와 구두를 고를지 고민했다. 행복!


작가의 인스타를 보니 마카로 작업을 했다. 당연히 컴퓨터 작업을 거친 줄 알았는데 마카로 저런 질감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헝거게임 영어판_수잔 콜린스
세번째 영어노트
3,4월 동안 1편을 다 읽고, 지금은 2편을 읽는 중이다
여행가서도, 공원에서도!

영어책 읽기도 계속되고 있다. 화상영어와 스픽 어플 사용과 더불어 어느새 2년째 습관이 된 영어 공부. 올해는 앤을 다 읽고 헝거게임 시리즈를 시작했다. 노새뱀발까지 정주행 하는 것이 목표. 기운이 난 다면 랩걸까지. 봄 동안에는 헝거게임 시리즈 1편을 영어로 읽고, 모르는 단어를 밑줄 친 후에 뜻을 찾아 옮겨 적었다. 지금은 캣칭 파이어를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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