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읽은 22권의 책
겨울의 독서노트 https://brunch.co.kr/@chocowasun/79
여기저기 써둔 것과 지난 감상을 합쳐 모아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_프랑수아 사강
아침드라마 st 반전. 카페에 갔는데 친구가 좋았다 한 이 책이 마침 있어 집었다. 고른 일상에서 번뜩, 기억에 남을 것을 직감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해가 내리쬐는 낮에 오랜만에 간 좋아하는 카페에서 누린 사치스러움이, 이 얇은 책 사이의 책갈피가 되었다.
헝거게임 1_수잔 콜린스
일단 펴면 덮을 수 없다. 세 번째 읽는데도 숨을 참으며 본다. 두 번 빌려보고 결국 전편을 샀다. 강인하고 똑똑한 캣니스를 좋아한다. 닥친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이겨내는 캐릭터는 언제나 감동이다. cj에 길들여진 서바이벌 중독자로서, 속절없이 재미있었다. 빨리 다음 편을 봐야지. 2가 제일 신났던 기억. 하늘을 향해 활을 당기는 마지막 장면을 읽기 위해 처음부터 시작한다. +) 영화는 너무 화나서 보다 말았다. 피타... 캐스팅 최선?
헝거게임 2 캣칭 파이어_수잔 콜린스
역시 기억은 조작된다. 내용을 알고 보는데도 좋아하는 부분은 마지막 몇 장이다. 오히려 감정을 풀어내는 앞의 내용이 반 이상이다. 인트로라고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오히려 인상 깊게 읽혔다. 서른에도 이 책이 재밌을까?
헝거게임 3 모킹제이_수잔 콜린스
시리즈물은 뒤로 갈수록 어두워지곤 한다. 불타는 소녀는 그야말로 불에 타버렸고 이렇게 많이 죽인다고? 싶게 죽였다. 불쌍한 영웅을 위한 법칙을 충실히 따른 느낌. 잘 읽히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 감성에선 나오지 않았을 새드 엔딩. 그래도 결혼과 아이로 끝나는 건 K-맛이 난다.
사랑 없는 세계_미우라 시온
그리다 만 그림처럼 읽다 만 책이 있다. 나오는 남자들 다 너무 변태라 짜증 난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_양귀자
‘그’ ‘원미동 사람들’을 쓴 사람이 맞나?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소설이라니. 글로 읽는 매드 맥스라 진단 내리고 싶다. 미친 속도감과 통쾌함. 모든 것이 메타포이자 직유다. 이건 어느 순간에도 끝의 끝에 찍힐 점이다. 맵다 매워... 이태원 클래스 원작에서의 조이서에 마라 맛을 두르면 강민주. 외로울 땐 액셀을 밟자, 양귀자처럼.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_알베르트 슈바이처
읽는 내내 필름처럼 뽑히던 밤의 강과 순한 개들의 눈망울이 떠올랐다. 객관적인 인류애와 실천하는 깊이가 울림을 준다.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낯선 이 시대에 곱씹어 보기 충분한 인간상이다.
야생의 위로_에마 미첼
당신이라는 안정제_김동영, 김병수
떠남의 사이 https://brunch.co.kr/@chocowasun/85 링크로 대신함.
색채를 걷는 사람_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매일 같은 단어만 써서 뇌의 주름이 펴진 것 같을 때 읽으면 좋다. 각 단어의 섬세한 쓰임을 되짚어보면 다시 주름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다. 제목만큼 낭만적이지 않음 주의. 좀 더 쉬운 버전으로는 알랭 드 보통이 있겠네요.
이방인_알베르 카뮈
삶의 이물감이 이토록 꺼끌 하다. 풍경에 불과한 자신과, 크며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모습. 쿠르베가 그린 ‘오르낭의 매장’이 떠올랐다. 다시 곱씹어 볼 것: 설명이 아닌 묘사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_이도우
네... 알라딘에 다시 팔았다. ‘잠옷을 입으렴’은 정말 좋은 소설입니다. 마음이 아파서 다시 읽기 두려울 만큼.
반통의 물_나희덕
존재의 테이블, 젖어버린 길, 탱자나무... 3년 전에 쳐두었던 밑줄에 보태, 글 전체를 꽁꽁 묶어 보자기에 싸서 국물에 담가 마실 뻔했다. 피와 살이 되는 다른 사람의 생각. 이렇게 쉽게 얻어도 되나 싶다. 추천해준 친구에게 또 또 감사를 전한다.
도시의 나무 친구들_고규홍, 최경식
나무가 말하였네_고규홍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에서 알게 된 나무학자 고규홍의 책이다.
도시의 나무 친구들은 화실에 두고 아이들에게 보여줄 책이다. 꼼꼼히 읽으면 정말 도시에 있는 나무들이 친구가 된다.
나무가 말하였네는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를 좋아하여 오래 닦아온 사람에게 우러나오는 마음이 여기 있다. +) 그래도 꽃에 여자를 비유하는 건 정말 알레르기가 난다. 지겨워라.
후쿠시마의 고양이_오오타 야스스케
한 번도 이런 종류의 일이, 걱정의 범위에 들어와 본 적이 없다. 원전이 터진 지역에 남겨진 동물들을 돌보는 아저씨의 이야기. 찌꺼기는 만지기 싫고 외면하면 편하다. 그래도 그걸 치워 원래로 돌려놓는 사람이 있다. 인간이 가장 이기적이다. 동물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그림책들
엄마는 해녀입니다_고희영, 에바 알머슨
오랜만에 받은 책 선물에 고단했던 하루가 씻겼다. 좋아하는 책이 생기면 주변에 선물하는 멋진 취미를 따라 해 봐야겠다. 주어진 숨만큼 살아보자.
빨간 꽃 초록잎_탁혜정
빨강 광인 엄마를 위해 산 책. 담백하고 화려하다. 채송화가 실제 채송화보다 더 채송화 같다.
우리 마당으로 놀러 와_문영미, 조미자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_크리스티나 비외르크, 레나 안데르손
비슷한 느낌의 두 책. 어서 이런 걸 그리고 써야 하는데. 마음은 조급한데 손은 느긋하다. 바꿔라 쫌!
내 머리가 길게 자란다면_타카도노 호오코
사랑스러움 그 자체. 어릴 때 한 번쯤 해 본 상상이다. 머리에 빨래를 널어 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이런 맑은 생각이 들 때 그려놔야 한다. 나는 뇌가 낡아 이번 생에 그른 것 같다.
다람쥐의 겨울준비_빅토리아 쉐로우
종이 바깥으로 색연필로 그린 다람쥐가 뛰어나온다. 질감을 눈으로 만져볼 수 있다.
그림 옷을 입은 집_조은수, 유문조
왜인지 으스스. 오래된 것에서 오는 스산함이 느껴진다.
+)
movie_기생충
하도 열풍이라 그래 어디 좀 보자, 등쌀에 밀려 봤다. 컷 컷이 충격적이다. 뿌리지도 않던 향수를 두르게 된다. 영화는 책 보다 진하게 기억에 남아 한동안 시각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