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25 _1

결산 서른셋 _책 음악 전시

by 선들 seond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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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서른셋 _책 음악 전시


책: 90권의 책 중에서


음악과 전시: 10번의 공연과 12개의 전시 중에서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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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달리기와 수영


음식과 여행: 만들고 마시고 간 곳 중에서


7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있었던 일을 그림으로 남겼다


4편의 독서노트, 2개의 소식지, 5편의 미술사 학습지를 발행하고 수채화와 색연필 그림들을 그린 2025년. 정말 많은 일들 사이에서 작게 반짝이는 조각들을 건저 내 펼쳐본다. 모아두면 새해를 덮어줄 담요처럼 따뜻하게 남아있겠지!

새롭게 좋은 것: 바다 수영 / 라벨 / 새로운 동네 탐방 / 낫또와 워킹타코 / 영수증 책 만들기 / 그림일기와 색종이 그림 / 홈파티 계획하기
여전히 좋은 것: 피아노 / 달리기 후 이온음료 / 아침 수영 가러 운전하는 시간 / 모네 /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 / 김밥과 미역국 / 특별한 순간의 샴페인 / 앞 집의 장미 / 버터의 골골쏭





90권의 책 중 분야 별 좋았던 책

반짝이다가 보드라울 때까지, 오랜 시간 찾아 헤맨 꼭 맞는 신발, 밑줄 위에서 여전히 반짝반짝, 서리가 내리기 전 마지막 꽃다발. 계절마다 쓴 4편의 독서노트. 2020년부터 6년째 브런치에 모으고 있다.


올해는 총 90권의 책을 읽었는데, 문학 17권, 비문학 40권, 그림책 29권, 영어책 4권을 읽었다. 모아보니 적은 것 같기도 하면서 부산했던 지난날 어느 사이에 읽었나 싶기도 하다. 2024에는 음악에 관련된 책에 빠졌다면 올해는 그림이 많은 책을 보며 자주 침 흘렸다. 문학 분야는 작년에 읽었던 책들처럼 찌릿찌릿한 기분은 덜했지만 좋았던 책들이 있었고, 영어 책은 난이도 실패로 중간에 흐지부지 되어 아쉽다.


올해에 좋았던 소설 두 권 모두 겨울에 읽었다. 나머지는 이전에 썼던 독서노트에서 옮겼다.



소설

<나사의 회전> _헨리 제임스

<하얀 성> _오르한 파묵



시집

<밤의 팔레트> _강혜빈



비문학

<텅 빈 충만> _법정

<꽃의 지혜> _모리스 마테를링크

<야생 숲의 노트> _시미언 피즈 체니



그림책

<내손으로 시리즈> _이다

<시원한 책> _이수연, 민승지

<숲 속 재봉사의 옷장> _최향랑



영어책

<The Hunger Games: Sunrise on the Reaping> _Suzanne Collins







소설


<나사의 회전> _헨리 제임스


19세기에 쓰인 오래된 소설.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처럼 귀신의 집 소설의 원형이라고 한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답게 챕터의 마지막마다 드라마 같다. '우리 둘이 남게 되었네요'라는 대사로 맺었을 때 소리 지르며 당장 다음 페이지로 넘어감.


저택에 가게 된 선생님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고, 어린아이들의 거짓말, 순수한 영악함이 스산한 분위기와 어우러진다. 유령이 실제 하는가, 실제 하지 않는가. 진실을 파헤치며 나사처럼 회전하여 조여들어간다. 파묘나 곡성도 미스터리 한 존재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간다는 점에서 비슷한 전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억눌린 상황에서의 심리 묘사도 인상적이었는데, 작가의 형이 저명한 심리학자였다고 하니 연관이 있겠다.


결말을 봤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책을 언제나 기다린다. 내용을 살짝 잊었을 때쯤 다시 한번 읽어야지!



<하얀 성> _오르한 파묵

같아지는 두 사람과 허무할 정도로 동화같은 분위기 묘사

오르한 파묵의 여러 책을 시도하다가 드디어 성공. 터키에서 봤던 모스크, 카펫, 옷감들의 여러 패턴들이 떠오르는 문체가 돋보인다.


이탈리아인과 터키인. 아주 닮은 두 사람의 생이 어떻게 연결되었다 흩어지는지를 다루었다. 서로를 관찰하다 같게 여기며 바꾼 채로 살아가기도 한다. 책상이라는 것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던 초반 부분, 그리스 섬에서 행복했던 날들을 회성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중간에 개종을 거부하며 창밖을 묘사하는 부분이 너무 좋아 눈으로 돌아가 몇 번을 다시 읽었다. (특히 골풀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착) 순간 그 문장으로 들어가 혼돈스러운 상황에도 페르메이르의 그림처럼 평온한 풍경 앞에 서서 바람을 맞는 듯했다. 이야기의 마지막 문단으로 다시 등장한다. 공을 들인 문장은 여러 글자 사이에 툭 두어도 반짝거린다.

탁자 위 자개 쟁반에는 복숭아와 체리가 놓여 있었다. 탁자 뒤에는 골풀로 짠 긴 의자가 있었고, 의자 위에는 초록색 창틀과 같은 색의 새털 쿠션들이 놓여 있었다. 곧 일흔 살이 될 나는 그곳에 앉아있었다. 그 뒤로 우물가에 앉은 참새와 올리브 나무와 체리 나무가 보였다. 이것들 사이에 서 있는 호두나무의 꽤 높은 가지에는 긴 끈으로 묶은 그네가 희미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작가가 살아온 배경처럼 동서양의 갈등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고, 두 나라의 17세기 역사도 반영되어있다고 한다. 어쩌면 시간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어떤 시간들은 밀도 있고 빠르게 지나가는 반면, 한없이 느리게 뭉쳐져 있는 순간들 또한 흐른다는 것을 텍스트로 체험했다. 너무 닮다 못해 자아와 유리된 것처럼 스스로나 상대방을 바라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는 점에서, 분열된 스스로와 화해하는 내용으로 해석해보기도 했다. 하나의 내용으로 여러 생각이 오간다는 점에서 우화와 같은 이야기였다. 작가의 다른 책인 '눈'을 읽어봐야겠다.




시집

<밤의 팔레트> _강혜빈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고르다가 책 전체를 스캔할 뻔했다! 쓸쓸한 카페의 창가, 엄숙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연극. 어감이 아름다운 단어들이 조합이 즐거웠다. '오늘의 레시피', '여름 서정', '무지개가 나타났다'도 전체가 다 좋았다. 첫 시집이라니! 다음 책도 기다리는 개미 한 마리가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비문학

<텅 빈 충만> _법정

이 시기에 우연히 골라 읽은 모든 책들이 연결되는 것만 같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자전적 소설인 인간의 굴레, 싯다르타, 연인에 이어 이방인과 법정 스님의 책까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겹쳐지는 내용들이 현재의 사건들과 맞물려 꼬리를 물며 머릿속에 길쭉한 고리 같은 뉴런을 형성한 기분이다.


1989년, 신문에 나온 광고를 보고 오려두었다가 서점에 가서 샀을 책. 그때의 엄마보다 훌쩍 많은 나이의 내가 남겨둔 밑줄을 읽는다.


봄이 되면 괜히 쓸쓸해지고 몸과 마음이 산만해지는 것을 '봄앓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 지역을 떠나보면 정리가 된다는 스님의 말씀을 여행 후 돌아온 집에서 읽게 되었다. 몸이 알아서 나침판을 가리켰고, 잘 행했나 보다. 손꼽아 기다렸던 연주회 후에 주어진 아름다운 글귀들이라니. 몇 페이지를 읽고 단 숨에 읽기 아까워 덮어두고, 몇 번에 걸쳐 나누어 읽었다.


글이 오랜 시간 찾아 헤맨 꼭 맞는 신발, 편안하게 흐르는 티셔츠처럼 느껴졌다.



<꽃의 지혜> _모리스 마테를링크

우주의 모든 것은 꽃으로부터.


벨기에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수필집으로, 얇고 가벼운데 감동은 진하다.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찾아보다가 무척 예전에 쓰인 책이란 것을 알고 놀랐다. 마당을 둘러보거나 무언가를 결심할 때, 항상 식물만큼만!이라는 생각을 자주 떠올리는데, 이 말을 이렇게 멋지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야생 숲의 노트> _시미언 피즈 체니

정말 정말 아름다운 책. 이렇게 내용과 만듦새가 딱 들어맞는 책들을 간혹 가다 만나면 종이책이라는 물성에 감탄하게 된다. 역시 나의 가장 오래된 덕질 분야 책... 지니고 만지고 펼쳐보는 것 까지가 체험이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라는 목정원 작가의 책도 그러했다. 읽고 너무 좋아서 7월을 요약하는 그림에도 등장시켰다.


19세기의 지휘자가 마국에 있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관찰한 일지이다. 새의 노랫소리를 악보로 남겼는데, 분석된 표현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참새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다니!




그림책

<내손으로 시리즈> _이다

자연관찰 시리즈로 알게 된 작가의 여행 시리즈! 이런 작고 이야기가 많은 그림들을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 매 페이지를 눈으로 뜯어먹느냐고 두근두근했다. 곧 갈 여행에서 작은 노트 하나를 채워오겠다는 마음을 들게 해 준 멋진 책! 기운찬 예전에는 매 여행마다 스케치북 하나를 꽉 채워오던 생각이 나 다시 도전해 본다. 나의 그리고 이다 작가의 내손으로 시리즈가 계속되길... 발길 닿는 곳마다 모두 전부 그려주세요!


<시원한 책> _이수연, 민승지

어떨 때 '시원하다'라고 느끼시나요? 다양한 의미의 '시원하다'를 귀여운 그림으로 담아냈습니다. 한 단어에 담긴 여러 의미를 살펴보며, 평소에 느끼는 감정들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정말 많았지만 국밥을 먹고 땀을 '시원하게' 뻘뻘 흘리는 페이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숲 속 재봉사의 옷장> _최향랑

어쩜 이리 깜찍한 책이 존재할 수 있는지! 종이로 오려서 만든 입체 작품들과 실제 식물을 활용한 작품들을 사진으로 옮겨 책으로 만들었다. 아이디어도 내용도 좋았다. 지어지는 미소만큼 은은한 매력이 있는 책.





버터와 영어 책 읽기

영어책

<The Chroniciles of Narnia 1.The Magician's Nephew> _C.S.Lewis

<The Chroniciles of Narnia 2.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le> _C.S.Lewis

<The Secret Garden> _Frances Burnett Hodgson


6월 22일부터 8월 23일까지,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어릴 적부터 가장 많이 읽었고, 고유한 감성이 형성되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매체들이 있을 것이다. 비밀의 정원, 앤, 작은 아씨들, 해리포터, 찔레꽃 울타리 등 지금까지도 사랑해오고 있는 오래된 행복! 3년째 계속되는 영어책 읽기의 일환으로 읽었다. 예전에 읽었어서 그런지 정원에 무언가를 심고 가꾸는, 좋아하는 부분의 이야기가 꽤 뒤에 나온다는 새로운 정보. 매일 조금씩 읽고, 모르는 단어는 따로 모아 퀴즐렛에 넣어두고, 좋아하는 구절들을 옮겨 적으며 마무리지었다.


<The Hunger Games: Sunrise on the Reaping> _Suzanne Collins

헝거게임 시리즈의 신작. 영어로 완독 하다! 너무 멋지고 꿈꿔왔던 일! 멋지잖아! 해리포터 번역본이 나올 때까지 매일 서점에 인사하던 어린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기다리던 책을 원서로 읽어본다.


여태까지의 영어책 읽기는 아주 예전에라도 한국어로 읽어봐서 대략의 이야기를 아는 상태에서 접근했는데, 아예 모르는 새로운 내용을 읽어본 것은 처음이다. 해독 실력의 부족함을 느꼈지만 메모하며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했다. 이전 작품들과 연결되거나 특유의 챕터 맺음 덕분에 중간에 입을 딱딱 벌리며 즐거웠다. 재밌어... 짜릿해... 수잔 님 새 편 당장 시작해 주세요! 마찬가지로 모르는 단어는 뜻을 찾아 퀴즐렛에 정리해 두었다. 나올 한국어 버전과 영화까지 본다면 세 배로 행복하겠다! 기다려지는 미래 중 하나! (듄 3과 해포 드라마판을 다 볼 때까지는 열심히 살 것이다)




아름다운 서점들

그리고 만났던 서점들을 마지막으로 책 결산 마무리!


스프링 플레어의의 큐레이션이 놀라울 만큼 취향이다. 나의 책장과 오퍼시티 50으로 겹쳐두면 딱! 사랑해서 쓰다듬는 중이거나, 꼭꼭 씹어먹어서 종이가 꾸깃해졌거나, 은은하게 좋았거나, 꼭 읽어보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긴 채로 대기 중인 책들이 매대에 누워서, 책장에 꽂혀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도서 추천 알고리즘을 유료로 돌려놓는다면 이 서점이 될 것 같다. 우연히 마주친 공간에서 이런 번개를 맞을 확률은? 오라 봄의 기운이여! (괜히 위풍당당해짐, 왜인진 모름)





음악과 전시: 10번의 공연과 12개의 전시 중에서


관람한 10번의 공연 중에서

올해도 클래식 특히 피아노를 중심으로 공연을 보았다. 기대한 만큼 좋았던 것은 왕복 9시간 운전이 아깝지 않았던 통영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와 임윤찬 협연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좋아하는 곡을 좋아하는 연주자가 치는데 티켓을 구하고 또 내가 갈 수 있을 확률은? 봄을 맞이하기에 가장 멋진 선택이었다.


산토리홀의 소름 돋는 음향과 인터미션 샴페인은 떠올리면 자주 행복할 만큼 좋았고, 체코필하모닉의 내한공연도 가을에 취하기에 어울렸다. 체코에 가도 체코필이 연주하는 스메타나 나의 조국을 듣기 힘들 텐데, 손꼽아 기다리다가 부지런히 예습 후 공연을 보는 행운까지! 이 외에도 분위기와 접객이 인상 깊었던 블루노트, 비 오는 날 물먹은 먹먹한 공기까지 어울렸던 사라 오트의 리사이틀이 올 한 해를 채우는 힘이 되어주었다.


올해의 음악
올해의 연주


가장 많이 들었을 것 같았는데, 그러하다. 라벨 탄생 150주년의 해를 제대로 보냈다. 파스칼 로제가 연주하는 라벨 앨범은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 모두 함께했다. 프랑스에 가서 인상주의 작품을 보며 이 앨범을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2025. 라벨부터 파리 여행과 국중박 전시까지, 인상주의의 비호 아래 낭만이 넘친 일 년이었다.


듣는 걸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피아노를 다닌 지 일 년 반.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는 일이 귀하다. 어릴 땐 가기 싫다고 맨날 울어놓고 신나게 내돈내산 중.


다른 작은 곡들과 함께 바이엘, 하농, 소나티네 등을 연습했다. 곧 바이엘 하권을 뗀다. 야호! 제대로 책거리를 해주겠다. 바이엘에도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하는 아름다운 소곡들이 많아 행복했다. 드뷔시 달빛을 쉽게 편곡한 버전을 완곡한 것, 선생님과 듀엣을 한 여러 곡들, 미니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외워 연주해 본 엘리제를 위하여 등이 기억에 남는다.




관람한 12개의 전시 중에서

심사정의 삼일포, 김홍도의 매화와 마르모탕에서 본 모네의 장미. 샤갈의 스테인드 글라스.


도록에서 본 심사정의 삼일포는 미술사 수업의 자료로 쓸 만큼 인상 깊었다. 눈이 내린 호수 풍경 같지만, 곰팡이나 벌레로 인해 난 자국이다. 자세히 보면 대칭인 모습. 이 또한 변화한 작품의 일부로 여겨 보존처리 과정에서 남겨두었다고 한다.

매화 이야기가 등장한 일기

어린 시절 간송 미술관이 열리던 때를 기다려 가족이 다 같이 성북동에 놀러 갔었다. 자연광 아래서 봤던 정선의 붓터치와 교과서에서 튀어나온 신사임당의 그림들이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았고, 모은 여러 권의 도록들을 아직도 볼만큼 소중하다. 대구에 가서 드디어 방문해 보았는데 미술관 자체도 좋았고 기억 속 오래된 그림들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국중박의 사유의 방처럼 별실에 김홍도의 매화 그림을 전시해 두었는데, 갓 피기 시작한 매화 봉우리가 선 하나로 표현 되어 가지에 달려 있었다. 보고 나오는 길에 진짜 매화도 만나 그 향기까지 함께 간직했다.


첫사랑 같은 르느와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도 초등학교 때 워싱턴에서 본 이후 파리에서, 또 한국에서 보게 되었다. 한 밤 중 오르세에 걸린 모든 그림들은 현실감이 없었고, 꿈꿔왔던 모네의 집도 기대만큼 좋았다. 일정의 마지막에 간 마르모탕에서 모네의 커다란 장미 그림을 보았는데, 해마다 5월이 되면 오가는 모든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앞 집의 장미와 닮아 낯선 타국에서도 사는 동네를 떠올리게 했다. 실물을 보아야 느껴지는 분홍빛 도는 보라색 물감이 아른하다.


2004년에 한국에 대규모로 들어와 봤던 샤갈의 그림도 니스에 찾아가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림은 그대로 일 테니 나이 든 내가 바뀌었는지 새로운 감흥이 들었다. 모두의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가 떠나지 않은 그림들. 특히 피아노에 그려진 그림과 스테인드 글라스를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디지털이 줄 수 없는 감동이 아직 인류에겐 남아있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도 간절히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고, 한국에서 재현한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예당에서 샤갈 전이 마침 열리고 있어 다시 한번 샤갈의 작품들을 짚어보는 기회까지.


예전에 본 작품들을 다시 만나고 프랑스에서 본 작품들이 마침 한국에서 여러 인상주의 전시가 열려 만나는 연쇄적인 체험이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chocowasun/148

운동: 달리기와 수영


음식과 여행: 만들고 마시고 간 곳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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