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온 지도 벌써 6개월째다. 내가 지난 3월 27일 새벽 6시에 더블린 공항에 도착했고 현재 9월 28일 밤이니까 벌써 반년하고도 하루가 더 지났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많은 약속을 했고 여러가지 계획도 세웠으나 늘 그렇듯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순항하고 있다. 여기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먹고 살고 있고 친구들도 사귀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특히 오늘은 싱글룸으로 이사를 온 날이다. 클론타프 위쪽에 있는 킬레스터라는 동네인데 더블린 북쪽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안전한 동네다. 아일랜드는 보통 거주지역에는 마트 등을 쉽게 찾을 수 없는데 근방에 엄청 큰 사이즈의 슈퍼밸류가 있어서 안심이다. 회사 가는 길목에 대형 리들과 알디가 있으니 일단 장보기 걱정은 없다. 다만 라스마인 살면서 애정했던 테스코가 근방에 없는 것은 아쉬운 점. 하지만 슈퍼밸류에 항상 가보고 싶었고 앞으로는 자주 가게 될 것 같으니 좋은 것 같다.
이사온 집은 처음 본 그대로 깔끔하고 넓다. 문이 세 개 달려있는 장롱도 하나 있고 2*4 사이즈의 다용도 책장도 있다. 방에 작은 벽난로가 있고 실제로 불을 떼울 수 있다고 하는데 딱히 그렇게 하진 않을 거 같다. 거울이 딸린 서랍장도 있고 아담하게 생긴 1인용 소파도 있다. 지금 이 소파에 대충 앉아선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나 혼자만의 방을 다시 가지게 된 것이 얼마만인가. 처음 더블린에 왔을 때 2주간 홈스테이를 한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 동안 처음보는 남들과 살을 부대끼며 같은 공간을 공유해야 했고 나만의 공간이 없어서 허둥지둥대기도 했다. 거의 5개월 간 살았던 라스마인의 5호방은 한국인들과 함께 사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있었으나 삶의 방식이 달라서 오는 불편함도 많았다. 물론 서로가 참고 있고 조금씩 양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불만 사항을 말하진 않았지만 이 공식이 모두에게 함의돼 있던 것 같다. 그래선지 지금은 같이 살았던 그들에게 애틋함과 애정이 남아 있다.
그렇게 지내면서 즐거웠지만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사를 했다. 물론 5호방 계약이 만료되기도 했고 집주인이 우리가 나가기를 바라는 눈치였기도 한 데다 같이 사는 아이 중 한 명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금 모두가 나가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새로운 곳에 오고 아일랜드 생활이 반년이 지나고 하루는 바쁘고 빠르게 지나간다. 10월 말에 써머타임이 끝나면 한 시간 더 많이 사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것도 한 순간일 뿐, 또 다시 적응하고 시간은 제 멋대로 빨리 움직일 것이다.
근데 정말로 이곳 생활이 바쁘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장 보고 밥먹고 내일 먹을 점심 혹은 저녁 도시락 싸면 금세 잘 시간이다. 격주에 한 번씩 송고하는 칼럼도 예전보다 빨리 돌아온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생기는 게 하루 이틀 일이냐만은 그래도 다시 삶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기쁘다. 다음주에 같이 영화 보기로 했다. 얼른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