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일상은 그 어느때보다 더 규칙적이다. 아침에 기상해 물을 끓여 차를 타고 간단하게 빵과 과일로 아침밥을 먹는다. 소화를 시킨 후 30~40분 간 요가, 가끔 빼먹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어 8시간 동안 재택 근무를 한 뒤 야근 따위는 하지 않고(추가 근무는 회사 차원에서도 허용하지 않는다.) 바로 근력 운동. 이후 프로틴 쉐이크와 함께 저녁을 차려 먹은 뒤 게임을 하거나 일본어 공부를 하는 등 자유시간을 가진 뒤 취침에 든다. 코로나로 인해 만들어진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 작년 한해의 목표가 감기 걸리지 않기였고 이를 실천했다. 작년 이맘때부터 재택 근무를 시작했고 그즈음 해서 홈트레이닝을 매일 해왔으니 이런 생활을 한 지 약 1년은 된 셈이다. 일본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항상 뒷전이다.
요즘 가상화폐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어서 오랜만에 잊고 있던 거래소 계좌에 들어가보니 손해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물론 아직 이익을 보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지만 이더리움은 올랐으니 그것 만으로도 만족이다.
그러다 그 사람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최근 알게 된 한국 제품 해외 배송 사이트 때문이었다. 어떤 식으로 구매가 이뤄지는지 찾아본답시고 검색어를 생각하는데 불현듯 전경린 작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의 꼬리는 따라 따라 이어지게 됐고 그렇게 난 네 블로그까지 방문하게 됐다. 13년 전에 만났던 짧지만 강렬했던 기억을 남긴 너. 블로그에는 2년 전에 남긴 짧은 근황이 있었다. 해외 생활을 하고 있다던 너는 아직도 거기에 있는 걸까. 잘 지내냐는 댓글을 남기려다 이내 지웠다. 네 예전 글들을 보면서 내 옛날을 생각하고 존재했는지 알 수 없는 기억의 형체들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gmf에 가서 다른 사람 손을 잡고 와인을 마시며 즐겁게 지내겠다던 글을 보는데 잊고 있던 혼자됨이 떠올랐다. 그때 넌 너무 늦었고 난 혼자 풀밭에 앉아서 귀에 박히지 않는 노래들을 들으며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게 그 사람과의 마지막 데이트였다.
소설가 뺨치는 필력과 시 같은 네 글들을 읽고 있지만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사람의 글은 거기 없다.
10년이 지난 뒤 나는 10년 전인 현재의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조용하고 센치한, 비오는 코크의 밤에 그리움이 쌓이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