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하고 싶었다
결혼하고 나니 좋은 게 아주 많았다. 무엇보다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고 바랐던 여자 친구와의 결혼이어서 좋았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에 감격했다. 결혼하기 전까지 숱한 어려움, 고통을 안아야 했고, 엄연히 망막한 앞날의 일들이 어떤 회색빛 아픔 되어 다가올지 모르지만, 혼자만의 삶이 아닌 둘이 함께 시작하는 삶이니 좋다. 헤어져야 하고 그리워해야 하는 순간들이 없어지고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지낼 수 있으니 좋았다. 이젠 주변에서 뭐라 뭐라 쑥덕거리지 않을 테니 좋았다.
비록 슬픔으로 범벅된 결혼식이었지만 아내는 혼신의 힘을 다해 묵묵히 극복해 주었다. 나는 아내의 가슴 시린 처절한 절규를 꼭 기억하고 싶었다. 앞으로의 삶에서 어떤 형태로든 기쁨과 행복만을 아내에게 기꺼이 안겨주고 싶었다. 내 비록 가난하고 여러 면에서 부족함이 많지만 그런 나를 선택해 준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이 헤쳐나가야 할 힘겨운 삶길, 어려운 고난의 길을 동행해 줄 아내에게 진정 고마웠다. 두터운 신앙심으로 믿음의 경주를 해주는 아내라서 좋았다.
주변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내를 새댁이라 불렀고, 나는 새신랑이 되었다. 참 좋을 때라며 꿀이 뚝뚝 떨어지고 깨가 쏟아진다고 했다. 우리의 결혼을 축하한다며 덕담을 안겨준 사람들이 고마웠다. 그들의 격려와 덕담은 우리의 가슴 곳곳에 샘솟는 기쁨을 꼭꼭 담아주었다. 우리는 두 손에 깍지를 끼며 약속했다.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두 사람, 서로 끔찍이 사랑하고 애정을 뿜뿜 쏟아내자’라고. 나는 꼭 그러고 싶었다. 아내에게 최고의 사랑으로 헌신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