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강한 분이시라는 것을
해마다 봄이 오면 어머니는 이 밭, 저 밭에다 여러 가지 씨앗을 뿌렸다. ‘금 년에도 잘 키워 열 자식에게 보내주리라’ 소망을 품고 가쁜 숨 몰아오셨다.
시금치와 마늘, 양파, 무, 배추, 양배추, 고추, 당근, 근대, 머위, 쑥, 갓, 고사리, 쑥갓, 아욱, 부추, 달래, 냉이, 고구마, 감자, 돼지감자, 무화과, 수박, 참외...
갖은 채소와 과일 씨앗을 뿌리고 잘 가꾸어 아낌없이 자식들에게 보냈다. 우리 자식들은 늘 그랬듯이, 그렇게 어머니의 사랑 채소를 먹고, 과일을 먹었다.
평소 지병이셨던 심장질환이 노화로 인해 심해져서 장기간 입원 중이시다. 언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실 수 있을까? 도대체 언제일지를 모르기에 면회 갈 때마다 속상하고 마음 아프다. 그동안 제대로 식사를 못 했고, 그나마 조금 먹은 음식들이 숙변(宿便)이 되어 버렸다. 어머니께서는 배변(排便)하느라 힘을 많이 주어 항문 통증을 심하게 겪고 있으시다. 통증으로 가쁜 숨 몰아쉬며 제대로 잠자지 못해 고운 인상마저 찡그리고 있다.
아이고 이런!
심장질환에다 대상포진, 항문 통증까지 겹쳤으니 얼마나 아프실까?
나는 어머니의 현재 상태로는 시술하기 힘들겠다며 통증을 완화시켜 달라고 생떼를 썼다. 주치의께서는 다행스럽게도 X-ray 촬영 결과, 쌓인 변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했고, 계획대로 4월 14일 승모판 클립 시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기쁜 소식이다.
나는 안다.
우리 어머니는 강한 분이시라는 것을.
기필코 병을 이겨내시리라는 것을.
사랑 많으신 예수님께서 어머니의 아픈 몸을 어루만져서
꼭 낫게 해 주시리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고, 어머니 병을 낫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기로 결심했다. 하나님의 도움으로 어머니께서 반드시 병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어머니의 봄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되리라 확신하며, 나는 지금 어머니의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