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지나면 또 한 살 먹는다. 아니, 요즘은 생일이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표현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 지성이셨던 故 이어령 선생님은, 서양은 나이가 든다고 하며, 중국은 나이를 첨(添)하다 즉 더한다고 하고, 일본은 취(取)한다고 하는데, 우리만 나이를 먹는다고 하셨다.
한국인은 먹는 걸 정말 좋아하니 대중매체도 먹방이 대세다. 심지어 이성을 따먹는다는 외설스러운 표현도 쓴다.
운동경기에서는 한 골을 먹었다고 하고, 상대방에게 겁을 먹거나 경기가 안 풀려서 애를 먹기도 한다. 억울한 판정에 항의해 봤자 '씨알도 안 먹히네'라고한다. 먹지 않으면 먹히는 것이다.
욕도 얻어먹고, 돈도 떼어먹고, 공금을 해 먹었다고도 한다. 또 마음먹기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도 한다. 귀가 먹었다고도 하고, 물 먹고 허탕을 쳤다고도 한다. 남을 찜 쪄 먹을 만큼 월등한 재주가 있다고도 한다. 약속도 잊어 먹고, 노예나 종을 부려 먹고, 화장이 잘 먹는다고도 한다.
먹는 건 중요하다. 먹는 걸 빼놓고서는 인생을 논할 수조차 없다. 다만, 많이 먹지는 말아야 한다. 먹는 게 좋다고 닥치는 대로 먹으면 안 되고잘 먹어야 한다.
욕도 잘 먹으면 피가 되고 야구에서 삼진도 잘 먹으면 보약이 되고, 실점도 잘 먹으면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이렇듯 먹는다는 표현 속에는 우주만물의 심오한 뜻이 담겨있다.
아무쪼록 올해는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이 꼭 챔피언 먹어서 모든 팬들이 큰 기쁨과 감동을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