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헬스의 약진
- 일본 시장 진출 러시, 아시아 선진국 잡는다
1. 강스템바이오텍, 메디포스트 일본 줄기세포 치료 시장 공략
2. 의료 AI 수요 늘고 수가 지원: 뉴로핏, JLK 진출 확대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들이 아시아에서 의료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전히 일본은 신약 개발 경험과 글로벌 시장 진출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지만,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시장 침투에 나선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스템바이오텍은 첨단재생의료 분야 선진국인 일본에서 재생치료 사업을 시작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달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지방 줄기세포를 활용한 2종 재생의료 제공계획에 대한 승인을 받아 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 이 회사는 이달부터 만성통증 환자들의 지방 조직에서 지방 줄기세포를 분리·배양해 일본 의료기관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 회사는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1종 재생의료 제공계획에 대해서도 후생노동성의 심사를 받고 있다. 최종 승인되면 회사는 아토피 치료제로써 자사의 '퓨어스템-에이디주'를 환자들에게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가가 아닌 동종(타가)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1종 재생의료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승인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지만, 기존 항체치료제 불응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견을 받고 있어 빠르면 2분기 내 허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재생의학협회에 따르면 올해 일본 재생의료 시장 규모는 2900억 엔(2조 6800억 원) 규모로 예상되며, 오는 2040년엔 9100억 엔(약 8조 4300억 원)으로 확대가 전망된다. 그중 만성통증 질환은 일본 내 줄기세포 기반 질환별 재생의료 중 약 25.8%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일본 아토피 환자 수는 약 150만 명으로, 한국의 3배 정도로 알려진다.
메디포스트는 일본에서 무릎 골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동종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는 카티스템은 이례적으로 일본 임상 1상과 2상을 생략하고 바로 임상 3상에 진입한 국내 최초의 첨단바이오의약품이다. 지난 2012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고,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국내 임상 결과를 인정받았다.
카티스템 일본 임상 3상은 2023년 첫 환자 투약을 시작으로 일본 총 13개 기관에서 중등증 및 중증(K&L 2~3등급)의 무릎 골관절염 환자 총 1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지난해 11월 환자 투약을 마쳤다.
이 회사는 카티스템의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개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1000명에 달하는 국내 카티스템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실사용 근거(RWE)를 확보, 분석 중에 있으며 향후 일본 보험급여 및 품목허가 제출을 위한 근거 연구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미국 파트너사 이뮤노반트와 함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토클리맙'(HL161BKN) 임상 3상을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탑라인(Top-line) 결과 발표 후 2027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후생노동성으로부터 갑상선 안병증(TED)에 대해 희귀 의약품 지정(ODD)을 받았다. ODD는 희귀 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의약품으로, 유병인구가 약 5만 명 이하에 속하면서도 환자 수, 미충족 수요(medical needs), 개발 가능성 등 요건을 충족하는 치료제에 부여된다. 현재 일본에서 갑상선 안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3만 5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희귀 의약품 선정은 한올바이오파마의 연구개발 역량이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바토클리맙은 임상 단계부터 환자들이 집에서 직접 투약을 하고 있어 의료인의 모니터링 없이 자가투여 가능한 치료제로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시장 진출도 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의료 수요가 높고, 정부 차원에서도 의료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산 수가 형태의 건강보험 급여 제도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정 시설 조건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경우 이에 따른 수가를 추가해 청구할 수 있다.
뉴로핏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MRI(자기공명영상)에서 발견되는 비정상적인 뇌 위축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뉴로핏 아쿠아'와,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영상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뇌 세부 영역별 침착 정도를 정량적 수치로 제공하는 '뉴로핏 스케일 펫'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두 제품은 지난 2022년 일본 후생노동생으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현재 뉴로핏은 일본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전문 유통 기업 크레아보와 일본 현지 판매를 위한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현지 약 135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진행 중이다. 뉴로핏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와 업무 협력을 강화해 영업 및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일본을 시작으로 보다 많은 국가에서 의료 AI 솔루션에 대한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제이엘케이도 일본에서 AI 기반 뇌졸중 진단 솔루션들을 잇달아 허가받으며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PMDA(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 승인을 받은 솔루션으로는 ▲뇌 CT 관류 영상 솔루션 JLK-CTP ▲AI 관류영상 뇌졸중 솔루션 JLK-PWI ▲비조영 CT 기반 뇌졸중 솔루션 NCCT 등이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일본 오사카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일본 뇌졸중 학회(Stroke 2025)와 한일 합동 뇌졸중 콘퍼런스(KJJSC 2025)에 참가해 일본 의료진 및 관계자들에게 자사 기술력을 알리는 한편, 마케팅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번 행사 참가를 기점으로 일본 유명 상사 및 의료기기 전문 자회사들과의 대리점 계약을 마치는 등 일본 내 공급망을 빠르게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뉴스웨이 기사 참조
<보충 설명>
1. 재생의료
한국의 첨단재생의료 분야는 최근 법률 개정과 제도 도입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25년 2월 21일부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이 시행되어, 중대·희귀·난치질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제도는 사전에 임상연구 등을 통해 검증된 재생의료 기술을 전문가로 구성된 첨단재생바이오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중대·희귀·난치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대체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치료 결과에 대한 분석·평가를 통해 의약품 허가로 이어지는 등 재생의료기술 발전을 지원하고자 한다.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실시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사전에 시설·장비 및 인력 요건을 갖춰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정을 받아야 하며, 치료 계획의 적합 여부를 심의위원회에 제출해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변화는 국내 바이오 산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줄기세포와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제나 의료기술을 개발해 온 기업들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GC셀은 다양한 면역세포를 활용한 고형암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차바이오텍은 세계 최대의 '셀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다양한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첨단재생의료 분야의 발전은 중증 희귀·난치질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바이오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2. 의료 인공지능(AI)
한국의 의료 인공지능(AI) 분야는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국내외 의료 현장에서 그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의료 AI 기업들은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여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루닛(Lunit)
루닛은 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 솔루션으로 세계 40개국 이상의 2,000여 개 의료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루닛 인사이트'는 폐결절, 폐경화, 기흉 등 10가지 흉부 질환을 10초 이내에 97~99%의 정확도로 진단하며, 유방암 검출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MMG'는 96%의 정확도를 보인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민간 의료기관인 술라이만 알-하빕 메디컬 그룹(HMG)과의 계약을 통해 중동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제이엘케이(JLK)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분석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다인 11개의 뇌졸중 분석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특허를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뇌졸중 유형 분석 솔루션 'JBS-01K'가 비급여 적용을 받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등 60여 개 병원에 도입되었으며, 올해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뷰노(VUNO)
뷰노는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딥카스(DeepCARS)'를 개발하여 국내 주요 병원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이 솔루션은 국내 의료 AI 최초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를 통해 비급여로 이용 가능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준비 중이다.
코어라인소프트(Coreline Soft)
코어라인소프트는 흉부 질환 동시 진단 솔루션 '에이뷰 LCS 플러스'를 개발하여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폐암, 폐기종, 관상동맥질환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동시에 검출하며, 프랑스 파크병원과의 계약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 시장 진출
한국의 의료 AI 기업들은 중동 시장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웨이센, 뉴로핏, 쓰리빌리언 등은 아랍헬스(Arab Health)와 메드랩(Medlab) 등 중동 지역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하여 기술력을 선보이며, 현지 병원 및 헬스케어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의료 AI 분야는 국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다양한 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