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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이후의 인생

투아웃 이후에도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

by 글사랑이 조동표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보다 보면, 가장 짜릿한 순간이 언제인가 생각하게 된다. 초반의 홈런도 시원하지만, 투아웃 이후에 터지는 역전타는 그야말로 전율이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포기하려 했던 순간에 일어난 반전. 그것은 단순한 스포츠의 장면이 아니라, 인생의 메타포다.


나는 지금 인생이라는 경기의 6회쯤을 지나고 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눈은 흐려지고, 이름을 떠올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나를 천천히 외야로 밀어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마치 벤치로 향하는 교체 선수처럼.


하지만 문득, 야구의 투아웃 상황이 떠오른다. 아웃 카운트 두 개가 잡힌 뒤에도,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때부터 오히려 일이 벌어지곤 한다. 사소한 볼넷, 예상치 못한 실책, 그리고 풀스윙 하나로 뒤집히는 흐름. 투아웃 이후에 시작되는 드라마는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2/3를 살아왔다고, 투아웃이 되었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늦게 배운 악기가 마음을 울릴 수도 있고, 오랜만에 꺼낸 꿈이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 아직도 노릴 수 있는 공은 있다. 여전히 휘두를 수 있는 방망이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자세다. 초라한 점수판을 보며 체념하는 대신, 타석에 서 있는 용기를 가지는 일. 투수의 손끝에서 날아오는 공 하나에 모든 걸 걸고, 다시 한번 스윙하는 마음. 그 한 방이, 내 인생의 점수를 바꿀지도 모른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아직, 타석에 서 있다.


요기 베라 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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