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R&D 질적 전환 추세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이 질적 전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발표한 ‘2024년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조사결과’에 따르면, 총 1701건의 신약 개발 과제 가운데 바이오신약이 850건(50%)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조사 당시 47%였던 바이오신약 비중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로, 국내 신약 R&D 중심축이 점차 바이오로 이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바이오 중심 구조로의 전환은 신약 모달리티(Modality: 다양한 기술이나 치료법) 측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항체(Antibody), 단백질재조합의약품(rProtein),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CGT: Cell and Gene Therapy) 등의 파이프라인 비중이 크게 증가했고, TPD(Target Protein Degrader), RPT(Radio Pharmaceutical Therapy)와 같은 신기술 기반 플랫폼도 신약 포트폴리오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반면, 천연물신약은 62건으로 전체의 4% 수준에 불과해 지속적인 비중 축소 흐름을 보였다.
국내 바이오 중심 구조의 전환은 산업계 주도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파이프라인 중 산업계 비중은 1384건으로 전체의 81%에 달하며, 이 가운데 72%는 바이오벤처가 주도하고 있다. 이는 신약개발의 양적인 팽창뿐 아니라 질적인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혁신 기반의 시도들이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약물 유형별로는 소분자가 646건으로 여전히 다수지만, 세포·유전자치료제(CGT, 225건), 항체 기반 치료제(218건), 단백질 기반 약물(163건) 등이 뒤를 잇고 있으며, RNA 기반 치료제나 TPD, 백신 등도 다수 포함돼 있어 모달리티의 다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CGT와 항체 의약품은 글로벌 빅파마의 주력 영역이기도 해,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제휴 및 라이선싱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료군별로는 항암 분야가 659건(38%)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면역질환, 중추신경계, 대사질환이 그 뒤를 이었으며 감염병, 호흡기질환, 심혈관계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기록했다. 이는 특정 분야에 대한 개발 편중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감염병은 KDDF(국가신약개발사업단)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파이프라인이 사실상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신약개발 단계별로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과제가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파이프라인 중 탐색 단계가 45%, 비임상이 30%를 차지했으며, 임상 1상 이상 과제는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신약개발이 여전히 초기 기술 기반의 연구개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상용화 단계로의 진입 장벽이 높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편, 글로벌 10대 제약사와의 비교에서도 국내 바이오 중심 R&D의 방향성은 일정 부분 유사하지만, 비중은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은 항체 기반 신약이 전체의 44.7%를 차지하며, CGT와 RNA 기반 치료제의 비중도 10%를 상회한다. 반면 국내는 소분자 약물이 여전히 3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항체 의약품은 13%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바이오 신약 중심 재편은 KDDF의 지원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된 KDDF 협약과제 423건 중 52%가 항암 분야였고, 모달리티 기준으로는 소분자(40%), 항체(19%), CGT 및 핵산치료제(17%)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약 파이프라인 중 KDDF 협약 비중은 26.4%(451건 중 119건)로, 주로 탐색 및 비임상 단계 과제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신약개발의 R&D 전략이 기술기반 중심에서 플랫폼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약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단순히 후보물질을 축적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적용 플랫폼과 모달리티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시장과의 파이프라인 정렬성을 확보하려면 항체, CGT, RNA 기반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와 라이선스 협력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지이코노미 참조
<보충 설명>
한국의 바이오 신약 흐름은 구조적 성장, 기술 고도화, 글로벌 진출 확대라는 3가지 큰 축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1. 인프라·클러스터 확충
대전·송도·오송 등 바이오클러스터가 스마트시티와 연계된 초대형 생산·R&D 허브로 구축 중이다.
2025년 1월 ‘대통령 직속 국가 바이오위원회’가 출범하며, 부처 간 협업과 규제 혁신, 인력 양성,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의약품 개발 및 생산 위탁 서비스 제공 기업) 확충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 R&D 플랫폼 고도화
세포·유전자 치료(CGT),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 약물 접합체), mRNA,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면역 세포 치료법) 등 첨단 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초기 임상(1상) 중심의 연구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AI 기반 신약 개발이 Bio Korea 포럼, 국제포럼 등에서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Yuhan, Hanmi, SK 등 주요 제약사들이 AI·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3. 글로벌 경쟁력 강화
2024년 한 해 동안 바이오시밀러 18건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로부터 승인받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제약 수출은 2025년 1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팜 등 ‘K‑M7’이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을 주도 중이다.
2025년 BIO USA 참가 기업 수는 작년 대비 2배 증가하여 51개 사가 ‘코리아 파빌리온’에 참가했고, 삼성·셀트리온은 ADC,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 등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4. 대기업·비제약사들의 바이오 적극 진출
삼성·SK·롯데·현대·오리온·HD현대·대상 등 전통 산업 기업이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의약품 개발 및 생산 위탁 서비스 제공 기업), ADC, AI기반 신약 플랫폼 등 바이오 분야에 적극 참여 중이다.
5. 정책적·제도적 뒷받침
2025년부터 적용된 재생의료법(Advanced Regenerative Medicine Act)으로 중증 희귀 질환 환자 대상 세포·유전자 치료 접근성이 강화되었다.
정부 제3차 바이오·제약 5개년 계획(2023‑2027)에 따라 블록버스터 신약 2종 개발, 글로벌 톱 50 제약사 3개 육성, 임상시험 세계 3위 도약 등의 목표가 제시되었다.
6. 방향성
인프라: 송도·오송·대전 등 클러스터 확장, 바이오위원회 출범
기술: AI·ADC·CAR‑T·mRNA 등 첨단 신약 R&D 강화
생산 : 삼성·셀트리온 중심 CDMO 역량 확대
제도: 재생의료법 등 규제 완화 및 임상 확대
글로벌: 유럽 수출 확대, BIO USA 참가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