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공포
새벽 4시, 제주의 숙소에서 눈을 떴다.
화장실 때문도, 꿈 때문도 아니었다. 거실 안이 번쩍거리고, 바깥은 요란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천둥과 번개, 그리고 벼락이었다.
하늘은 무언가에 크게 노한 듯 쉼 없이 울부짖었다. 웅웅거리던 소리가 어느 순간 자동차 시동 같은 부릉부릉으로 바뀌었다.
곧이어 쿵쿵거리다가 마침내 하늘이 두 조각 날 듯 찢어지는 굉음을 터뜨렸다. 우르르 쾅쾅 콰과광 쾅쾅쾅...
- 정전의 고요
잠시 뒤 4시 20분, 모든 것이 멈춰 섰다.
선풍기도 멎고, 에어컨도 꺼지고, 센서등마저 반응하지 않았다. 창밖의 가로등도 모두 꺼져 있었다. 암흑 속에 남은 것은 하늘의 굉음뿐이었다.
오래전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시골집 처마 밑에서 엄마 품에 안겨 번개를 바라보던 어린 시절. 그때의 두려움과 경외심이 지금도 내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 자연 앞에서
휴대폰 화면에는 재난 문자 알림이 쏟아지고 마을 확성기에서는 “비상, 기상, 이상” 같은 단어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인간의 언어는 천둥소리 앞에서 너무도 작고 무력했다.
그제야 깨닫는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그저 자연 속에 잠시 기거하는 나그네일 뿐이다.
우리는 위대함 앞에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 간절한 기도
“하느님, 저에겐 잘못이 없습니다.
부디 날이 밝아 이 어둠을 걷어가게 해 주세요.”
밤새 이어진 두려움은 결국 기도가 되었고, 기도는 기다림이 되었다.
6시 22분, 다시 전기가 들어왔다.
어둠을 가르고 여명이 스며들 때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제주의 폭풍우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다시 어린 시절로 데려가고, 한없이 작은 존재로 되돌려놓으며,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우게 한 깊은 가르침이었다.
자연은 위대하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