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그 역설의 거울

57노송포럼 9월 강연을 듣고

by 글사랑이 조동표

복권, 그 역설의 거울

- 57노송포럼 9월 강연을 듣고



고등학교 동기들을 연사로 초청하여 강의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57노송포럼. 그 인문학적 지성의 교류회는 늘 우리를 설레게 만든다.


8월을 여름방학으로 휴강했던 57노송포럼은 9월 셋째 주 수요일에 '재미있는 복권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발표 강사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안병주 친구. 그는 자신의 박사 논문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복권의 역사에서부터 현재 제도와 사회적 의미까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복권 전문가 안병주 박사

도발적인 강의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복권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구입하는가'.

나 역시도 궁금해하던 화두였다.



1. 복권은 왜 매혹적인가


복권은 인간의 본능과 연결된다.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에서 출발해, 우연과 불확실성에 끌리는 “도박적 인간(Homo aleator)”의 속성이 복권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냈다. 기댓값으로는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혹시 나도?’라는 희망에 매주 수천억 원을 베팅한다.


우리나라 사행산업이 25조 원에 이르고 GDP 대비 1% 수준이라는 규모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성인의 절반 이상이 매년 복권을 이용한다는 통계자료.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려고 길게 줄 서있는 노원구의 어느 로또판매점이 떠올랐다. 이 복권 명당의 연 매출액이 200억 원에 달한다니!


2. 복권의 역사: 고대에서 현대까지


복권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진시황제는 국방비 마련을 위해, 네로 황제는 연회장에서 토지·노예·선박을 당첨금으로 내걸었다.


16세기 베네치아와 제네바 상인들이 고객에게 추첨권을 팔며 ‘Lotto’라는 명칭이 탄생했다.


17세기 영국 식민지 제임스타운, 미국 대학과 인프라 건설 자금도 복권이 조달했다.


그러나 19세기에는 부정부패와 종교적 반발로 복권이 금지되기도 했다.


20세기 중반 미국 뉴햄프셔 주가 다시 복권을 도입하면서 오늘날 45개 주에서 복권을 운영한다.


한국 역시 12세기 고려의 ‘투전’부터 시작하였다. 1947년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제도적 복권이 등장했다.

20세기에는 내집마련 꿈을 이루는 주택복권이 주도했다. 21세기에 접어들자 2002년에 ‘로또’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3. 복권 및 복권기금 현황


세계 시장: 2023년 복권 시장은 3,137억 달러, 세계 GDP의 0.3%.


상품 구성: 즉석식 39.5%, 로또 30.7%로 전체의 70%를 차지.


최고 당첨금: 2022년 미국 파워볼, 무려 20.4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


한국의 경우, 연도별 판매액은 2015년 3.5조 원에서 2024년 7.3조 원으로 연평균 8.38% 증가.

판매액의 41%가 복권기금으로 귀속.

복권수익금은 과학기술, 체육, 지방자치, 사회복지, 다문화 지원 등 10개 분야에 사용되며, 65%는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사업에 투입.


4. 복권과 소득 역진성


포럼의 핵심 주제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더 많이 복권을 사는가?”였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는 평균 1만 5천 원 구입, 200만 원대 가구는 7~8천 원 구입.

소득 대비 비중은 저소득층이 훨씬 높다.

이를 ‘복권의 역진성’이라 부른다.


분석방법 1: 소득구간별 구입 분포를 보면 저소득층 비중이 높음.


분석방법 2: Suits Index 분석(소득 분포 대비 지출 분포) 결과, -0.162~ -0.262로 역진성 확인. 단, 전자복권은 일부 누진적 성향.


분석방법 3: 소득탄력성 분석에서도 전반적으로 역진성 존재.


결론적으로, 한국 복권 시장에 소득 역진성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5. 정책적 함의와 제안


안병주 친구는 역진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제안을 내놓았다.


환급률 상향: 현행 50%에서 70% 수준으로 올려야 함.


당첨금 조정: 1등 당첨금 증액, 당첨금에 누진적 소득세 부과 검토.


복권기금 개편: 현재 문화·체육·산업 등 5개 분야로 흩어져 있는 지원을 교육·사회복지로 집중하거나, 법정배분사업 축소 필요.


핵심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복권이 단순한 사행산업을 넘어 ‘사회적 기여’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6. 복권의 두 얼굴


복권은 한편으로는 “고통 없는 세금”이다. 구매자는 자발적으로 지불하고, 국가는 기금을 사회에 환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떠안는 불공정 구조이기도 하다.


“로또 복권은 일주일 동안의 행복을 주는 작은 티켓이다. 하지만 그 행복이 사회 전체의 선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맺으며


이날 포럼은 단순한 ‘복권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본능, 제도의 역사,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정책의 역할까지 아우른 인문학적 성찰의 장이었다.


우리는 복권을 바라보며 한 가지 역설을 확인했다.


개인에게는 ‘희망의 티켓’,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세금’,

국가에는 ‘공익의 재원’.

복권의 의미는 바로 이 세 겹의 얼굴에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통 큰 곽세열 회장이 모든 참가자들에게 로또 복권을 선물로 나눠주었다.

나는 6번 봉투를 골랐는데 1등 당첨이 확인되면 친구들을 위해 10%를 쏘기로 결심했다.



혹시 아는가?

매주 평균 15명에 21억 원 당첨금을 안겨주는 그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최고 당첨금은 407억 원, 최저는 4억 원이란다.


늘 즐거움을 안겨주는 우리의 유쾌한 포럼은 다음 10월 모임을 기대하며 막을 내렸다.


유쾌한 강의를 해준 안병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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