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휴대폰, 소변, 그리고 거울

by 글사랑이 조동표

꿈 이야기

- 휴대폰, 소변, 그리고 거울


터키의 어느 골목길이었다.

여행 중이었는데, 문득 손에 쥐고 있던 내 휴대폰이 사라졌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지도도, 일행의 연락처도, 예약 정보도 모두 그 안에 있었다.

허둥지둥 거리를 헤매다 겨우 찾아냈고 일행과 통화에 성공하였다.

안도감보다는 이상한 공허함이 밀려왔다.

분신 같은 휴대폰을 잃어버린 건, 어쩌면 내 자신감을 상실했던 것이었을까?.


그 후에도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몸이 신호를 보냈고 소변이 마려웠다.

길을 헤매다 마침 호텔이 보여 들어가려는데,

화장실 입구에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줄을 무시하고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급했을까?’

꿈속의 나는 조급했고, 그 행동엔 묘한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아마도 현실의 나 역시, 언제나 질서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오다가 마음 한편에서 ‘이제는 내 순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무의식의 외침이 터져 나온 것이었을까.


호텔 안 화장실에는 낯선 장면이 펼쳐졌다.

터키 여성들이 각기 다른 칸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증기가 자욱한 공간, 낯선 문화, 나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


결국 화장실을 헤매다 옆칸의 이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 감는 세면대 옆 구석에서 겨우 소변을 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원하지 않았다.

거울 속에는 찔끔찔끔 몸을 웅크린 채 서 있는 내가 보였다.

이발사는 다른 손님의 머리를 깎으며 이쪽을 힐끗 보았다.

그 시선이 닿는 순간, 소변이 더 힘들어지고 오줌줄기는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 마음 같았다.

분명 배출했는데도, 여전히 답답하고 미완의 느낌이 남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 꿈은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잃어버린 휴대폰, 화장실, 줄을 비집고 들어간 나, 낯선 목욕탕, 소변, 그리고 거울 속에 선 초라한 나.

모든 장면이 하나의 문장으로 엮였다.


“너는 지금 너무 참으며 살고 있다.”


어쩌면 나는 늘 순서를 지키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괜찮은 사람’으로만 살아가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건 나의 진짜 얼굴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 무의식은 줄을 비집고 들어가게 만들고, 남의 시선 속에서 갈라지는 오줌줄기를 보여준 것이다.


이제는 조금 놓아야겠다.

남보다 앞서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욕구와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꺼내놓기 위해서 느슨하게 살아야겠다.


삶은 늘 뜻대로 되지 않지만,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힘은 내 안에 있을 것이다.

새벽의 꿈이 나에게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