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건너 모자 쓴 꽃을 든 할아버지

즐거운 상상의 날개를 펴며

by 글사랑이 조동표

길 건너 모자 쓴 꽃을 든 할아버지

- 즐거운 상상의 날개를 펴며


아침 햇살이 포근히 내려앉은 횡단보도 앞.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한 손에는 작은 꽃바구니, 다른 손에는 선물 봉투.

입가에는 어쩐지 미소가 번져 있다.

그 모습이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마음을 붙잡는다.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자, 할아버지는 천천히, 그러나 단단한 걸음으로 길을 건넌다.

꽃잎이 살짝 흔들리고, 봉투가 바람에 살짝 흔들린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생일, 누군가의 기다림, 혹은 단순한 ‘고마움’일까.


나는 홀로 그 장면 앞에서 작은 상상의 날개를 편다.

오늘이 할머니의 생신일지도 모른다.

평생을 함께한 반려자에게,

“수고 많았소”라는 말 대신 꽃을 건네는 것일지도.


아니면 손녀가 시험에 합격했을까.

봉투 안엔 할아버지가 직접 꾹꾹 눌러쓴 편지 한 장과 용돈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혹은 딸에게 일까.

바쁜 세월 속에 서로의 생일도 놓친 채 살다 오늘따라 문득, “이제는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해야지.”

그 마음이 길 위로 나왔을지도.


누구에게 향하든,

그 선물은 마음의 온도를 담은 꽃이었다.

길을 건너는 동안, 그 미소 하나가 도시의 공기를 부드럽게 덮었다.


우리의 하루에도 그런 작은 꽃다발 하나쯤 품고 살면 좋겠다.

누구에게 건네지 않아도 괜찮다.

나 자신에게, 혹은 아직 만나지 못한 내일에게.


길 위의 할아버지는 이미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미소는 내 마음에 작은 꽃처럼 피어 있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