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

비워두어야 하는 자리, 채워야 하는 마음

by 글사랑이 조동표

임산부 배려석

- 비워두어야 하는 자리, 채워야 하는 마음


지하철을 타면 늘 눈에 들어오는 자리가 있다. 붉은색 표지(標識)가 붙은, ‘임산부 배려석’.

그곳에는 가끔 아주머니나 할머니, 혹은 피곤에 지친 아저씨들이 앉아 있다.

그들은 한글을 모르는 문맹이 아닐 터, ‘임산부 전용’이라는 글귀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거나,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 표지가 그들에게는 단지 ‘비어 있는 자리’로만 보이는 걸까.



- 비워두는 자리의 의미


임산부 배려석은 사실 ‘누군가를 위해 비워두는 자리’다.

그 자리는 늘 비어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 자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언제 올지 모를 ‘한 생명의 무게’를 위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안이 붐비면 그 한 자리도 절실하게 느껴진다.

허리가 아픈 노인, 다리를 저는 사람, 하루 종일 일한 직장인 모두 앉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배려석은 단순한 ‘편의의 공간’이 아니다.

그건 우리 사회가 약자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공간’이다.



- 앉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외면하는 사람들


가끔은 아이러니한 장면도 본다.

임산부 배려석은 비어 있는데, 임산부는 그 옆에 서 있다.

시선이 부담스러워 차마 그 자리에 앉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경로석이 있음에도 굳이 일반석에 앉는 어르신들도 있다.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니다’라는 마음 때문일까.

이 사회는 나이를 부정하고, 젊음을 갈망하며, 약자에게 배려를 보이는 일조차 어색해져 버린 듯하다.



- 배려는 비움에서 시작된다


임산부 배려석은 ‘효율성’의 자리가 아니다.

그건 ‘양보의 상징’이다.

비어 있는 그 한 칸이야말로, 우리가 아직 사람 냄새나는 사회라는 증거다.

누군가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나의 편안함을 조금 내려놓는 것, 그게 진짜 배려이고, 문명이다.


지하철의 작은 한 자리를 통해 본다.

우리는 얼마나 ‘자리를 비울 줄 아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그 비움 속에,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채우고 있는가.


“배려는 자리를 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일이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