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의 시대
콩나물 대가리 하나, 그리고 소음의 시대
길을 걷다 보면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혼잣말을 한다.
처음엔 다들 제정신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귀에 콩나물 대가리 하나씩을 꽂고 있다.
통화를 하는 건지, 음악을 듣는 건지, 세상과의 연결선을 이어놓은 채 각자의 세계에 잠겨 있다.
처음엔 신기했다. 손 하나 들지 않고 통화도 되고, 음악도 듣는다니.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콩나물 대가리’들이 이상하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도, 횡단보도 앞에서도, 카페에서도...
사람들은 누군가와 이야기하듯 떠들고, 웃고, 화내고, 설명한다.
그 목소리들이 공기 중에 흩어져 나를 스치고, 귀에 박히고, 머릿속을 흔든다.
그때야 깨달았다.
이것도 일종의 소음공해라는 것을.
자동차 경적 소리만 공해가 아니었다.
말의 파편, 웃음의 잔향, 신경질적인 톤,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떠드는 목소리, 때로는 고함도 지른다.
나는 당황스럽고, 이 모든 것은 도심 속을 떠돌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누구의 대화도 나와 상관없지만, 나는 원치 않게 그들의 대화 속 엑스트라가 된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귀에 꽂은 그 콩나물 대가리 하나가,
세상과 나를 잇는 다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과 나를 가르는 벽일지도 모른다고.
누군가는 음악 속에 파묻히고,
누군가는 통화 속으로 도망치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소리의 세계’ 속을 걸어간다.
나는 오늘도 귀에는 아무것도 꽂지 않은 채, 바람 소리와 내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걷는다.
이 도시에서 고요는 점점 사치가 되어가지만, 나는 그 사치를 조금이라도 누리고 싶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