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너머의 그림자와 우리 마음의 자리
조진웅 박나래
- 사건 너머의 그림자와 우리 마음의 자리
어떤 사건을 본다는 것은, 결국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다.
세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뜨거워졌다 식어가기를 반복한다.
이번 조진웅·박나래 사건도 그랬다.
화면 너머의 일일 뿐인데, 사람들의 시선과 감정이 한순간에 요동치고, 비난과 변명, 해석과 옹호가 소용돌이처럼 뒤섞였다.
나는 그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사건은 늘 그 당사자보다 우리를 더 드러낸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고,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용서하는가.
1. 사건은 언제나 과장된 거울이다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면, 사실보다 감정이 먼저 달아오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진실을 완벽히 알 수 없음에도, 사람들은 너무 쉽게 누군가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려 한다.
마치 세상을 단순화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양, 급한 결론을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거울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사실 자기 마음의 민낯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익숙한 사람은 그 사건을 통해 또 하나의 미움의 이유를 찾고,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사람은 같은 장면에서 다른 결을 본다.
사건은 늘 그 사람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나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2. ‘맥락’이라는 이름의 두 번째 진실
사건을 판단할 때 꼭 필요한 것은 ‘맥락’이다.
한 장면만 놓고 사람을 단정하면, 결국 우리 자신도 단편으로 오해받는 날이 온다.
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누군가의 실수보다 우리가 맥락을 지워버리는 방식이 더 두려웠다.
우리는 알고 있다.
한 번의 오해는 풀 수 있지만, ‘맥락 없는 판단’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사람의 평판도 관계도, 심지어 자기 인생도 이렇게 쉽게 비틀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나는 지금 사실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장면만 보고 있는가?”
3. 인간적이라는 말의 무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소환된다.
어떤 이는 "유명인에 대한 폭로"와 "상업적 관음증"을 거론한다.
"연예인에 대한 집단 린치", "정의가 아닌 폭력", "이미 지난 일이다", "용서와 낙인", 등등 모두 기다렸다는 듯 한 마디씩 쏟아낸다.
한쪽에서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라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래도 선은 지켜야 한다"라고 말한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연약해서 실수도 하고, 동시에 타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스릴 책임도 있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허용과 변명의 언어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다.
실수했을 때 사과할 줄 아는 마음,
상처받은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
사건이 끝난 뒤에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바뀌려는 의지.
그런 것들이 모일 때 비로소 '인간적이다'라는 말이 완성된다.
4. 우리가 정말 잃고 싶지 않은 것
이번 사건을 보며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신뢰’에 대한 생각이었다.
신뢰는 언제나 조용히 쌓이지만, 무너질 때는 아주 사소한 균열에서 시작된다.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든, 이것만은 분명히 느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함부로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인의 상처나 실수를 너무 성급하게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언젠가 우리 자신의 삶도 누군가의 판단 위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가 바라게 될 것도 결국 단 하나, "나를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봐 달라"는 마음일 것이다.
사건의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정리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대했던 태도다.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타인의 실수를 보며 쉽게 분노하지 않고, 타인의 상처를 보며 성급히 조롱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사건은 스쳐 지나가지만, 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말해주지는 않을까.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