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집중
Entropy로 돌아가려는 마음
- 집착과 집중
엔트로피(Entropy)는 물체의 열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의 하나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무질서(無秩序)의 척도로 알려져 있다.
엔트로피의 법칙은 어렵지 않다.
정돈된 것은 애써 유지해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세상은 가장 편한 쪽으로 흘러간다는 이야기다.
방은 치우지 않으면 어질러지고, 관계는 돌보지 않으면 멀어진다.
질서는 노력의 결과이고, 무질서는 자연의 기본값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붙잡으려 한다.
이미 떠나려는 것, 변하려는 것, 끝나려는 순간을 억지로 제자리에 고정해 두려 한다.
그게 바로 집착(執着)이다.
집착을 하고 있으면 몸이 먼저 안다.
괜히 숨이 가빠지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느낌은 대개 틀리지 않는다.
자연의 방향과 반대로 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엔트로피의 흐름에 맞서 싸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반대로 집중은 다르다.
집중에는 붙잡음이 없다.
결과를 움켜쥐지 않고,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일에만 에너지를 쓴다.
끝나면 자연스럽게 내려놓는다.
그래서 집중은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맑게 만든다.
불교에서 말하는 ‘착(着)’이란 선하거나 악하다는 뜻의 '착'이 아니다.
무언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생각에 붙고, 감정에 붙고, 사람에 붙고, 성취에 붙는다.
불교가 그것을 경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은 계속 변하는데, 나만 멈춰 서 있으려 하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은 떠나야 하고, 도착할 곳이 있다면 도착해야 한다.
비행기는 하늘에 오래 머무를수록 위험해진다.
착륙은 실패가 아니라 완성이다.
비행의 목적은 결국 땅으로 돌아오는 데 있다.
삶도 그렇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몰입이 있었으면 내려놓음이 있어야 한다.
그 흐름을 거부하지 않을 때 마음은 오히려 덜 어지러워진다.
엔트로피는 놓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질서를 영원히 유지하는 법이 아니라, 무질서로 돌아가는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