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쿼터가 던진 질문
야구의 시선 제27화
- 아시아쿼터가 던진 질문
일본의 그림자가 KBO 마운드 위에 길게 드리워지다
프로야구는 경기장 위의 숫자와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제도와 문화, 그리고 시대의 흐름이 만든 ‘야구적 사회현상’이야말로, 우리가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또 걱정하는 진짜 이유다.
2026 시즌 KBO 리그는 눈에 띄는 변화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제도, 아시아쿼터가 도입되면서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 외에 추가로 아시아권 출신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됐다.
그 취지는 분명했다.
아시아 야구권과의 교류 확대, 경쟁력 강화,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의 도입. 하지만 현실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왜 일본 투수가 7명인가?"
KBO 10개 구단 가운데 대다수 구단이 일본 출신 투수를 선택했다.
이 숫자는 단지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리그의 구조적 선택이며, 한국 야구의 현재 위치에 대한 반영이다.
“아시아쿼터”라는 문구 속에 숨겨진 것은 얼마나 많은 팀이 ‘즉시 전력감’ 투수를 필요로 했는가였다.
투수는 언제나 야구의 심장과도 같다. 144경기라는 긴 레이스를 버티는 투수진의 깊이는 곧 한 시즌 성적의 방패이자 창이다. 그러나 국내 토종 투수들이 그 역할을 전담하기엔 아직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구단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검증된 일본 투수 자원’이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경험을 쌓았거나 기술적으로 준수한 자원들이 마운드 위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아시아쿼터는 본래 아시아권 전반의 자원을 폭넓게 활용하자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실적 상황은 특정 국가 중심으로 흘렀고, 일본 선수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이 ‘쏠림 현상’은 제도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이 현상은 국내 선수 육성의 미래에 대한 물음을 함께 던진다.
선발진과 불펜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국내 젊은 투수들이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단지 1년의 이슈가 아니다.
KBO 리그의 지속 가능성과 국제 경쟁력을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다.
그러나 칼은 양날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번 아시아쿼터는 국내 리그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불어넣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일본, 호주, 대만 등 다양한 배경의 선수가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은 리그의 다양성과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릴 잠재력을 품고 있다. 관중에게는 새로운 볼거리와 스토리가 제공되고, 선수들에게는 국제적 플레이 경험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야구의 매력은 수비와 공격, 투수와 타자의 싸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도와 시스템,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아시아쿼터 첫 해, KBO 마운드는 일본의 바람을 맞이했다.
그 바람이 단지 ‘외국인 투수의 물결’로 끝날지, 아니면 국내 야구의 또 다른 진화를 촉발할지, 그 답은 2026 시즌의 그라운드에서, 그리고 그라운드를 둘러싼 우리의 시선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한국 야구의 내일은, 우리가 선택한 오늘의 외국인 선수 수만큼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26 시즌 개막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의 시선은 마운드 위에 오래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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