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피엔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57노송포럼 신춘 강연 감상문

by 글사랑이 조동표

AI 사피엔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 57노송포럼 신춘 강연 감상문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026년의 첫 달, 세 번째 수요일 저녁.

고교 동기들과 함께 시작한 57노송포럼이 벌써 3년째를 맞았다.

세월은 조용히 흘렀지만, 곽세열 변호사의 주도로 이 모임만큼은 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누굴 초청할지, 어떤 주제가 펼쳐질지,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온 동기들이 어떤 질문을 던질지... 그 기대감이 57노송포럼을 지탱하는 일종의 장치였다.

항상 그 난제를 멋지게 해결해 온 리더십은 곽세열 변호사의 탁월한 능력이었다.



올해 첫 신춘 연사는 백완기 AI노동연구소 소장이었다.

그는 2023년부터 매년 한 권씩 노동과 문명에 관한 저서를 내놓았다.

2023년 『레이버피아』, 2024년 『일자리 그 위대한 여정』, 2025년에는 AI 시대의 일자리 문제를 다룬 신작을 준비하여 이번 1월에 출판하였다.

3년 연속으로 노동과 기술, 일자리, 그리고 AI와 문명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룬 셈이다.

이번 강연 제목은 묵직했다.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Ⅰ. 기술의 속도, 문명의 속도


아이폰이 나온 해가 2007년이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기술은 가속하고, 사회는 지체하며, 문명은 완충한다.


2023년 12월 챗GPT가 등장했을 때, 사회적 밈 자체가 달라졌다.

요즘 세대는 10년이 아니라 1~2년 간격으로 세대차를 느끼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기술의 변화는 언제나 사회적 변화와 결합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유를 통해 자기 자신을 탐구했다면, 뉴턴은 연금술과 과학의 경계를 가리지 않았다.


과학과 미신의 구분은 근대 이후의 산물이다.

문명은 언제나 질문과 불편한 가설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현실 사회는 기술보다 훨씬 덜 정의롭다.


출생한 국가와 가족, 사회와 문명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졌다.

개인의 노력은 중요했지만, 운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곤 했다.

이 문제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Ⅱ. 문명의 기원: 노동과 상상력


문명의 시작은 효용이 아니라 상상에서 비롯된다.

10,000년 전 괴베클리 테페는 인류 최초의 사회적 노동 현장이었다.

하루 먹을 것을 구하기도 힘들었던 시절에 ‘신전’을 짓자는 합의를 한 셈이다.

그 선택은 비합리적이었지만, 문명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집트 문명은 파라오와 피라미드의 영원성을 추구했고, 그리스 문명은 인간의 사유·자유·철학으로 세계를 다시 구성했다.



문명은 노동의 형태에 따라 모양을 바꾸었고, 노동은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었다.

문명은 섬이 아니라 강이었다.


보스포루스 해협 위의 이슬람 문명은 동서 지식의 교차로였고, 지혜의 집은 수학·천문·의학·철학을 묶어 서쪽으로 보냈다.

그 회귀가 르네상스였다.



피렌체 길드와 메디치가의 후원은 인간 중심주의를 강화했고, 서구는 실험과 증험의 길을 선택했다.



Ⅲ. 산업혁명 이후, 국제질서의 정착


산업혁명은 세계 질서를 완전히 바꾸었다.

영국은 실용주의를 택했다.

독점금지법, 면제품, 방적기, 증기기관차.

기술자와 경험을 사회가 존중했고, 민간 기업이 혁신의 주체가 되었다.



미국은 포드식 컨베이어벨트와 대량생산을 결합했고, 내연기관과 전기가 새로운 산업적 상식이 되었다.

그 결과 인구는 200년 만에 7억에서 82억으로 늘었다.



국제질서도 산업혁명의 산물이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거치며 근대화에 성공했다.

조선이 동도서기에 실패했다면, 일본은 동서를 동시에 수용했다.

집단과 국가의 우선성은 성공의 열쇠였지만, 전쟁과 확장주의라는 그림자를 남겼다.



Ⅳ. AI 시대, 문명 DNA의 충돌


오늘의 세계는 AI 중심의 패권 경쟁 속에 있다.

실리콘밸리는 원래 군수 산업단지였고, 그 DNA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의 AI 전략은 13억 인구와 3억 개의 CCTV라는 빅데이터 기반이며, 국가는 개인보다 위에 있다.

중국의 자존심은 상상보다 더 크다.



미국은 극단적 빈부격차를 허용하지만, 혁신의 생태계를 유지한다.

중국은 혁신의 속도를 택하지만, 개인 통제가 문제다.


강연자는 말했다.

“앞으로의 경쟁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문명 경쟁이다.”

그 핵심 기술은 AI와 에너지다.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터, 바이오테크, 핵융합.

한국이 개발 중인 인공태양 KSTAR는 문명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후보였다.

그러나 기술은 언제나 이해관계와 희생의 대가를 요구한다.



Ⅴ. 한국이라는 실험 국가


한국은 특이한 나라다.

한 세대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는 역사적으로 거의 없다.

그 사실, 그 자체가 현실이다.

문명 실험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소수 국가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Ⅵ. 질문의 시간: 정치와 재분배, 그리고 존재


강연 후 질문이 쏟아졌다.

“소유에서 존재로 넘어가는 시대에, 기본 소득과 계급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로봇세 같은 시스템의 도입은 어떠한가?"

“AI 시대에 돈보다 삶을 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AI가 인류에게 주는 가치와 메리트는?"

“부의 양극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인간의 이기심이 경제활동의 근원이라면 이타적인 활동으로 경제는 어떻게 변하는가?"



백 소장은 정치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했다.

세율이 90%까지 갔던 미국의 1970년대,

노사정 협상으로 소득을 조정한 북유럽,

법인세와 소득세가 만들어진 지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


부의 재분배는 기술이나 시장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점.

그리고 정치도 폰뱅킹처럼 직접 민주주의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


AI가 경제활동을 대체한다면 시민은 아테네 시민처럼 ‘정치적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브라질에서는 이미 시민 위원회가 예산을 결정하고, 도시는 직접 민주주의로 운영될 수 있다는 사례가 있다.


AI 시대에도 인간은 일을 잃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이 다시 많아질 것이다.

의사 변호사도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의료와 법률 컨설턴트 역할이 주어질 것이다.



Ⅶ. 결론: 문명은 선택된다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노동은 무엇인가.

존엄은 어디에 있는가.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괴베클리 테페에서 문명은 신전을 쌓았고,

미래의 문명은 의미를 쌓을지 모른다.


백 소장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문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질문은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이 시대, 우리들 사피엔스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과연 우리의 미래는 밝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