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殘響)
강남역 미아 3장 11화
- 중국의 잔향(殘響)
1. 어느 중국인 PM의 고백
그가 중국에서 돌아온 뒤에도 교류는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간혹 메시지가 오고, 간혹 국내 행사가 열리고, 간혹 이름이 언급되었다. 모두 흐릿한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교육을 시켰던 주력 제품의 중국인 PM이 한국 행사에 참석하러 왔다. 그 PM은 멀리서 그를 보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와 손을 꼭 맞잡고 말했다. 그는 상대의 체온을 느꼈고, 약간 떨리고 있었다.
「您隨時隨地說的話真是血肉之軀。」
“당신이 수시로 해 준 말이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었습니다.”
그는 그 말을 기대한 적이 없었다. 칭찬에 둔감한 사람이었고, 감정에 서툰 사람이었다. 칭찬은 대개 조직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고, 감정은 대개 시장의 속도에 밀렸다. 그러나 눈앞의 이 남자는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那時候我是個什麼都不懂的孩子。 像文盲一樣黑暗。」
“그때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문맹처럼 어두웠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고르고 이어갔다.
「然後我經過青春期進入了青年時期。 託您的福,現在正在進行正常的營銷。 現在已經升級了幾步。 不光是來握手致意。 你是在我們像文盲一樣黑暗的時期,讓我們睜開眼睛的感激的恩人。 都是託你的福。」
“그리고 저는 사춘기를 거쳐 청년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합니다. 이제는 몇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단지 인사차 악수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우리가 문맹처럼 어두웠던 시절, 눈을 뜨게 해 준 고마운 은인입니다. 다 당신 덕분입니다”
말은 100% 통역되지 않아도 이해되었다.
그는 그 말속에서 과거의 장면들을 다시 보았다.
중국 특유의 탁한 겨울 공기, 습기 찬 여름, 허가를 기다리던 끝없는 시간, 병원과 학회 사이의 불친절한 간극, 새벽까지 켜져 있던 사무실의 불빛. 그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의 눈가가 조금 뜨거워졌다. 그러나 감정을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감정은 대개 늦게 드러나고, 그는 언제나 그것을 숨기는 쪽에 가까웠다.
그는 뒤늦게 사람을 키운다는 일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시각을 주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시각은 곧 시장을 해석하는 언어라는 것도...
그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누군가의 인생의 언어가 바뀌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가 중국에서 보낸 시간들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니라고 처음으로 믿을 수 있었다.
2. 후임자들, 그리고 뒤늦게 드러나는 초석
그가 귀국한 후에 한국인 후배와 일본인들이 차례로 상해의 치료약 회사를 맡았다. 그들은 회사를 키워보려 애썼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몇 년이 더 지나자, 후임자들의 보고서에는 이런 서사가 담겨 있었다.
「彼が築いた礎のおかげで、私たちは働くことができた。」
“그가 다져놓은 초석 덕분에 우리가 일할 수 있었다.”
「彼に従っていた職員たちがいてそれでも幸いだった。」
“그를 따르던 직원들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彼が蒔いた種のおかげで学会との関係も円満になった。」
“그가 뿌린 씨앗 덕분에 학회와의 관계도 원만해졌다.”
「今や治療薬事業がようやく軌道に乗り始めている。」
“이제 치료약 사업이 겨우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어떤 후임자는 자신이 겪은 고생은 그의 1/10도 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중국을 떠나 있었다.
3. 제품에 심어 둔 혼
그가 한국에서 성공시켰던 의약품이 있었다.
중국에 부임해 있던 시기, 우여곡절 끝에 허가를 취득하고 도입을 추진했던 그 제품.
그것이 나중에 밀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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