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미아 제2부 4장 1화

반격과 증명, 그리고...

by 글사랑이 조동표

강남역 미아 제2부 4장 1화

- 반격과 증명, 그리고...


퇴직을 통보받던 그 시기의 장면들은 이상하리만큼 또렷했다.

시간이 멀어질수록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윤곽이 더 선명해지는 기억이었다.

마치 한 장면씩 잘려 이어 붙인 파노라마처럼.


1. 직함이 사라진 자리


인사 통보가 내려온 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항의도, 변명도, 표정의 동요도 없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졌다.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회의실 문을 나서며 K가 낮게 말했다.

“저희는 그대로 갑니다.”


보고 체계가 바뀌었지만, P는 실질적인 판단을 여전히 그에게 물어왔다.

공식 문서에는 다른 이름이 올라갔으나, 의사결정의 결은 바뀌지 않았다.


L은 숫자를 다시 정리해 보냈다.

“이건 원래 주신 전략이 맞습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조직의 힘은 직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신뢰에서 나온다.


2. 이름 없는 보고서


며칠 뒤,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최근 전략 보고서를 검토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보고 라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문장의 구조, 숫자의 배열, 결론의 도달 방식은 명백히 그의 것이었다.


“이 방향, 본사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 답했다.

“현장이 판단한 내용입니다.”


짧은 통화였다.

그러나 그 말 한 줄은 길게 울렸다.


권한은 사라졌어도 영향력은 남아 있었다.


3. 공기의 방향


H가 다시 그를 불렀다.

이번 회의실에는 본사 임원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번 전략, 본사에서 직접 점검하겠습니다.”


본사 임원이 말했다.

“우리는 속도가 필요합니다. 현장의 판단을 더 존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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