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아침

by 글사랑이 조동표

생일

-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아침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예전 같으면 누군가의 메시지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먼저 집어 들었을 텐데, 오늘은 잠시 그대로 누워 있었다.

조용했다.

특별할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 아침.


오늘은 내 생일이다.



한때 생일은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잠깐 멈추는 날이었다.

축하를 받고, 선물을 받고, 이유 없이 들뜨는 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감정은 서서히 옅어졌다.

지금은 그저 달력에 표시된 날짜 하나일 뿐이다.


거울을 본다.

낯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예전의 나는 아니다.

세월이 얼굴에 남긴 흔적은 감출 수 없고, 그 흔적은 묘하게도 나를 설득한다.

이제는 흥분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일 아침인데도 마음이 고요하다.

좋아서가 아니라, 그렇다고 슬퍼서도 아니다.

그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평하다.


이 무덤덤함은 어쩌면 감정의 소멸이 아니라

감정의 정리일지도 모른다.



젊을 때의 생일은 ‘더 가질 것’을 기대하는 날이었다면

지금의 생일은 ‘이미 가진 것’을 확인하는 날에 가깝다.


크게 이루지 못한 것보다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시간들이 먼저 떠오른다.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관계들,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는 일상.


생일이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이유는 삶이 무뎌졌기 때문이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생각한다.


생일은 축하받는 날이 아니라

조용히 자신을 점검하는 날이 되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가를 묻는 날.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온다.

특별할 것 없는 빛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빛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아마도 이것이

지금 나의 생일일 것이다.


조용하고, 담담하고,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은 하루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