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꿈 이야기
값을 치르지 않은 것들
- 새벽의 꿈 이야기
꿈에서 나는 도쿄에 있었다.
아내와 함께였다.
긴자의 밤은 언제나 그렇듯 반짝이고 있었고, 우리는 그 빛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여행이란, 잠시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양복을 입고 있었고, 아내 역시 평소보다 더 단정한 차림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하나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아내의 특별한 생일 선물을 고르고 싶었다.
우리는 대형 백화점에 들어갔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곳은 명품과 욕망이 정교하게 진열된 공간이었다.
나는 한 핸드백을 집어 들었다.
파란색이었다.
아직 비닐이 덮여 있는, 누군가의 손에 닿지 않은 상태의 물건.
나는 그것을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아내는 잠시 바라보았다.
마음에 드는 듯했지만 너무 비싸보였고, 굳이 가져야 할 이유까지는 없는 얼굴로 보였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을까.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를 나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내 손에는 여전히 그 핸드백이 들려 있었다.
계산을 하지 않은 채였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무심결에 그저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그것은 물건이 아니라 ‘값을 치르지 않은 부담스러운 마음’이 되었다.
나는 한참을 걷다가 그 사실을 깨달았다.
손에 들린 그것이 점점 무거워졌다.
비닐에 싸여 있는 그 매끈한 표면이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한참을 걸어왔다.
어느 복잡한 길로 접어들었고 눈에 띄는 근처의 다른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같은 브랜드 매장을 찾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곳은 이상했다.
남자 종업원들은 모두 험악한 얼굴이었다.
백화점 직원이라기보다 어딘가의 불량배처럼 보였다.
그들의 시선은 친절이 아니라 의심과 계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들 앞에 서서 핸드백을 내밀었다.
이것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대답 대신 그 핸드백을 뜯기 시작했다.
비닐을 벗기더니 가방을 열고, 마치 해부하듯 분해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렇게 다루시면 안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이곳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훼손하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내 시야에서 아내를 놓쳐버렸다.
연락을 하려 했지만 휴대폰은 연결되지 않았다.
나는 로밍을 하지 않은 채 이곳에 와 있었다.
도와줄만한 사람들을 찾아보았더니 한국인 남자들이 보였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핸드폰을 한 번만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번호가 노출되면 서로 곤란해져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은 이 도시의 공기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혼자가 되었고 다시 매장으로 돌아갔다.
카운터로 가서 아까 맡긴 핸드백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그 핸드백 값이 얼마인지는 아느냐며 이리저리 말을 돌리다 계산서를 내밀었다.
32,400엔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보관료라고 했다.
웃음이 나올 뻔했다.
나는 값을 치르지 않은 채 물건을 들고 나온 사람이었고, 그들은 그것을 대신 보관해 준 사람들이었다.
논리는 완벽했지만 어딘가 잘못되어 있었다.
그때, 친구와 함께 나타난 아내를 다시 만났다.
아내는 울고 있었다.
조용히 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처럼, 참지 못하고 엉엉 울고 있었다.
나를 찾다가 지쳐버린 것이었다.
“어디 있었어요...”
그 말에는 원망과 안도, 그리고 두려움이 모두 섞여 있었다.
나는 대답했다.
"로밍을 하지 않았어..."
그 말은 사실이었지만 충분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선물을 고르려 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그것은 물건이 아니라 아내의 곁에 있어주는 일이었다.
나는 그 파란색 핸드백을 다시 바라보았다.
비닐에 덮인 채 아직 완전히 건네지지 못한 선물.
마치 전하지 못한 마음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우리는 종종 사랑도 나중에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날,
더 좋은 순간,
더 완벽한 방식으로.
그러나 어떤 것들은 지금이 아니면 영영 늦어버린다.
나는 값을 치르지 않은 것들을 떠올렸다.
인생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은,
계산이 끝난 뒤가 아니라
손을 놓치지 않는 순간에
완성된다는 것을...
*이미지: 챗지피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