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는 말 앞에서

나서지 말라는 문화

by 글사랑이 조동표

가만히 있으라는 말 앞에서

- 나서지 말라는 문화


교실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선생님이 나가신 뒤, 공기마저 숨을 죽인 듯 멈춰 있었다.


탁자 위에 있던 어항은 비어 있었고, 그 안에 있어야 할 금붕어는 바닥 위에서 몸을 뒤틀고 있었다.


금붕어는 숨이 막힌 듯 입을 벌렸다 닫기를 반복하며, 마지막 힘을 짜내듯 퍼덕였다.


아이들은 모두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


그 말은 단순한 지시가 아니었다.

선생님의 말은 규칙이었고, 질서였으며, 법이었고, 동시에 두려움이었다.


어쩌면 그 순간, 아이들에게 가장 큰 존재는 금붕어의 생명이 아니라 ‘어겨서는 안 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눈을 피했고,

누군가는 입술을 깨물었으며,

누군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때 한 아이가 일어났다.


망설임은 짧았고, 행동은 분명했다.

아이의 손은 조심스럽게 금붕어를 집어 들었고, 잠시 후, 물속으로 되돌려 놓았다.


물속으로 들어간 금붕어는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이내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교실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방금 전, 무언가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이, ‘넌 그냥 가만히 있으라니까’라는 말을 듣는다.


회사에서는 절차를 따르라 하고,

사회에서는 분위기를 읽으라 하며,

조직에서는 선을 넘지 말라 한다.


그 말들은 대개 틀리지 않다.

질서를 유지하고, 혼란을 막고, 공동체를 지탱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말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판단을 멈춘다.

옳고 그름을 가르는 대신, 허용된 범위 안에 머무는 법을 먼저 배운다.


그리고 점점 더 능숙해진다.

보지 않는 법,

느끼지 않는 법,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나가는 법에.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문제없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러나 역사는 늘 다른 방식으로 움직여왔다.


하늘이 돈다는 사실을 말했던 한 과학자,

폭력 대신 불복종을 선택했던 한 지도자,

인간의 존엄을 위해 감옥을 견뎌낸 한 투사,

그리고 이름 없이 사라졌지만 불의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 앞에서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교실에서 금붕어를 구한 것은 단지 한 아이의 용기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옳은가’를 스스로 묻고,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긴 한 인간의 선택이었다.


우리는 종종 묻는다.

왜 해야 하는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그러나 어떤 선택은, 이유가 필요 없다.


그저 그것이 옳기 때문에 해야 한다.


그 단순한 기준이,

때로는 세상을 바꾸고,

더 자주, 우리 자신을 바꾼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말한다.


제발 좀 가만히 있어. 나서지 말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