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11번 출구
<강남역 미아> 1장 1화
강남역 11번 출구
퇴근 시간이 지난 강남역은 늘 누군가를 삼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하에서 올라오고, 지상에서 내려갔다. 검은 코트와 회색 정장, 구겨진 넥타이와 향수 냄새, 커피 종이컵과 휴대전화 불빛이 한꺼번에 뒤섞였다.
한도윤은 11번 출구 앞에 멈춰 서 있었다.
그는 방금 회사를 떠났다.
정확히 말하면, 떠난 것이 아니었다.
회사는 그에게 “새로운 역할”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전략 전환”이라고도 했다.
“조직 차원의 판단”이라는 말도 붙었다.
하지만 도윤은 알고 있었다.
조직은 사람을 버릴 때, 가장 먼저 좋은 말을 골라 쓴다.
그는 넥타이를 조금 풀었다.
서초동 사무실에서 강남역까지 걸어오는 동안, 목이 점점 조여왔다.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분노 때문도 아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허탈함이었다.
삼십오 년이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강남역 근처 30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 주차장 냄새가 올라오던 낡은 건물, 책상 몇 개와 가죽 소파 하나. 그곳에서 그의 직장 인생은 시작되었다.
그때 그는 믿었다.
성실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실력을 쌓으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회사는 결국 결과를 알아본다고.
그런데 오늘 그는 알게 되었다.
회사는 결과를 기억하지 않는다.
회사는 필요한 사람만 기억한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짧은 이름이 떠 있었다.
윤서진
도윤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비서실 소속이었다. 나이는 서른을 조금 넘겼고, 회사 안에서 유난히 조용한 여자였다. 눈에 띄게 아름다웠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그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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