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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by 글사랑이 조동표

어제는 생일이었습니다. 생일이라는 단어를 들은 지가 50년이 넘었지만 항상 생일을 맞이하면 기분이 새롭습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어쩌면 태어난 날은 내 인생을 밝혀 주는 첫날이었을 것입니다.


그 옛날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고 아버지께서 알려주셨습니다. 고수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사택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교장 선생님 사모님과 외할머니가 나를 받아냈답니다. 엄마로부터 나오자마자 눈을 땡글 하게 뜨고 있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내가 태어난 장소가 궁금하여 가족들을 데리고 가 본 적이 있는데 사택 자리에는 교회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학교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고 여느 도시의 학교에 못지않게 발전된 모습이었습니다.


고창에서 세 살 때 전주로 이사 온 이후로는 쭉 전주시에서 살았습니다. 아버지와 형제자매 두 명은 아직도 전주에 살고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수도권에 진입하였고 서울에서 신혼살림을 하다가 아파트가 분당에 당첨된 이후로는 쭉 경기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끔 고향이 그리울 때면 핸들을 잡고 액셀을 밟으면서 고창을 다녀오거나 전주에 가봅니다.


생일에 대한 상념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마침 어제는 러시아의 대문호인 막심 고리키가 태어난 날입니다. 그가 쓴 저서 중에 '어머니'라고 하는 책이 있습니다. 아내는 내 생일날이 막심 고리키의 생일과 같다는 것을 알고 그의 책 중에서 '어머니'라는 책을 골라 선물했는데, 책 안에는 내 나이만큼 현금도 들어있었습니다.


650 페이지가 넘는 두터운 책이고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잘 안 외워져서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리라 생각합니다만, 책을 읽는 동안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 생각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로 대표되는 노동자의 각성과 혁명 활동을 그린 '어머니'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효시라고 일컬어집니다.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산고(産苦)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만, 아내는 이해할 것입니다. 산고를 치르며 핏줄을 이어가는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여성을 존경합니다.


아버지는 생일을 맞이한 나에게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오늘이 아범 생일이네. 살아오는 동안 아범만큼 크고 작고 간에 많은 일을 만나고 처리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일세. 일처리 때마다 쉬운 일은 없었을 텐데, 그때마다 슬기롭게 잘 응대하며 사람을 놓치지 않고 지혜롭게 적재적소 하게 접근하며 내 사람 만들어가며 처신한 것이 오늘의 아범을 형성시켰을 것이야. 남은 여생은 유유자적하며 여유스럽게 살아가길 마음 다하여 기도하네."

아버지,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장모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약밥과 만두에 손칼국수로 만든 상을 차려주셨습니다. 아들은 샤부샤부 저녁 식사와 생일 케이크를 사 주었고, 해외에 있는 딸은 멋진 서류 가방을 사서 보내주었습니다. 친구들은 커피 교환권과 과일 선물을 보내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 동영상을 보내주었는데, SNS 덕을 보게 해 준 카카오톡이 고맙기만 합니다. 우리 어릴 적엔 하얀 쌀밥에 쇠고기미역국, 짜장면에 탕수육을 먹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기쁨을 맛보는 생일을 몇십 번이나 더 맞이할지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느낌은 다르지만 진정 부모님께 감사하는 것은, 내 생일 무렵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고 봄이 무르익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생일 무렵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과 벚꽃이 피기 시작하니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태어난 이 시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아버지 어머니, 저를 이 찬란한 봄날에 세상에 나오게 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또 1년이 지나면 내년에도 생일을 맞이하겠지만, 그동안 더 많이 익어 있을 모습을 기대합니다.


365일 동안 모든 사람들이 생일을 맞이할 것입니다만, 계절별로 상황별로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그래도 생일만큼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기분 좋은 하루를 지낼 일입니다.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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