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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최현지 Aug 20. 2024

비오는 날의 느린 우체통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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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올듯 말듯 흐릿한 먹구름이 자욱하다 갑자기 하늘이 파랗게 꽃을 피운다. 연이은 폭염에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면 어떨까 싶은 뭔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늘 간절하고 애틋하다.

  올 초여름, 비오던 날의 동해 묵호는 참 사랑스러웠어. 빨간 전화 박스를 활용한 느린 우체통 안에서 매년 편지를 쓰는데, 올해는 문이 닫혀있어서 쓰지 못했어. 아마도 장마 기간 때라 사람들이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나봐. 나는 비오는 날의 묵호가 좋은데 말이야. 일년 전 썼던 편지를 일년 후에 받았지. 그 편지를 받고나서 여름 휴가를 동해로 떠났는데, 내년엔 편지가 오지 않을 것을 생각 하니 못내 아쉽기도 하지만 어쩌겠어, 내년에 쓰면 되니까. 어쩌면 또 비오는 날에 맞춰서 묵호로 떠날지도 몰라. 내가 바라본 비오는 날의 묵호는 어느 곳보다 아름답게 빛나거든. 비가 많이 쏟아질걸 알면서도 비오는 날의 묵호는 포기할 수 없나봐. 초록빛 우비와 민트빛 레인부츠를 신고 노란 우산을 쓰고 걸어다니던 그날의 묵호가 오늘따라 더 그리워지는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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