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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최현지 Aug 31. 2024

내가 사랑하는 여름, 그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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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오후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봄처럼 투명한 하늘이 마을의 지붕들과 그 주위를 둘러싼 목초지와 낙엽송 숲에 은빛 햇살을 퍼부었다. 산들바람 한 줄기가 언덕 등성이에 걸린 하얀 뭉게 구름 사이로 불어와 들판을 가로질러 풀이 우거진 노스도머 거리 아래쪽으로 그림자를 몰고 갔다. 이 마을은 지대가 높고 탁 트인 곳에 자리 잡아 좀 더 아늑한 뉴잉글랜드 마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늘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디스워튼 [ #여름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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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면 창가를 자주 보게 된다. 서점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한 건 참 잘한 일이다. 창가 밖으로 은행나무의 푸름을 볼 수 있어서, 딱 팔월의 이맘 때 담을 수 있는 사랑이어서. 다수가 아닌, 소수는 한번쯤 바라보았을 그 창가에서 나는 이디스워튼의 여름을 읽는다. 팔월의 끝자락에서 여름 밤하늘을 바라보면 창가 밖으로 반짝이는 은행나무 잎이 떠오른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노란잎으로 물들어가겠지. 아직은 푸른 여름도 좋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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