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이월인데 17도 라니. 따뜻한 겨울이란 게 이런거구나 싶다. 아직은 생생한 그날의 가을 햇살은 오늘처럼 따뜻했어. 그날따라 오랜 기간 길러온 긴 머리카락의 색도 따뜻했고, 내 머리 위로 비치는 따뜻한 햇살에 베시시 웃음이 났어. 푸른 대나무 숲이 뭐가 그리 좋을까 싶지만, 올해는 소나무 숲만큼 대나무 숲을 사랑한 해였어. 어느 봄날의 광양에서 만난 대나무 숲과 어느 여름 날 태백에서 만난 대나무 숲과 매년 발길이 머무는 담양 죽녹원과 올해 처음 답사 하다가 알게 된 부산 기장 아홉산 숲. 늘 푸른 강직한 소나무도 좋지만, 늘 곧고 반듯한 대나무도 좋아.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라고 하지만 내 마음 속 대나무는 늘 푸른 나무라고. 어릴 적 잠시 잠깐 나무가 되고 싶었던(아마도 [가을동화]의 영향인게 분명해) 그날의 순수함을 떠올려보니 다시 따뜻해지는 온기를 느껴. 그래, 그렇게 아직은 따뜻한 겨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