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단골 맛집, 혹은 밥집을 발굴하는 것이다. 강원도 영월에 가면 늘 찾는 밥집이 있다. 장릉 부근에 있는(걸어서 10분, 차로는 2분) 장릉보리밥집 이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보리밥이 떠오르는 맛이라 영월에 오면 꼭 들리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방문했다. 갖가지 밑반찬과 비벼먹는 구수한 보리밥도 맛있지만 내가 더 좋아하는 건 도토리묵채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날은 묵채가 되지 않아서 도토리 묵을 먹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시원한 묵채가 더 내 입맛에 맞다. 도토리 묵도 맛있지만 생각보다 매콤한 맛이 강해서 도토리 본연의 맛을 느끼기엔 묵채가 좋았던 것 같다. 감자와 함께 쪄진 보리밥에다 된장과 콩나물, 상추 겉절이, 도라지무침, 취나물 등을 비벼 먹으면 한국인의 밥상 그대로를 모셔온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밥상이라 뭉클해지기도 하다. 건강한 한끼의 밥상은 사람의 신체와 더불어 정신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생활 속 다이어트가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 이지만 가끔 한끼 정도는 밥상다운, 집밥을 먹어보는 것도 삶의 지혜가 된다고 그리 믿기로 했다. 다음번엔 꼭 묵채 주세요.